"헌법이냐 트럼프냐" 외치는 공화당의 외톨이, 리즈 체니

김유진 기자 2022. 7.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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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청문회에서 트럼프 '증인매수' 정황 폭로
반트럼프 선봉, 민주당 큰 손들 후원도 쏟아져

미국 공화당 내 ‘반트럼프’ 대열의 선봉에 있는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이 지난해 1·6 의사당 난입사태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트럼프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열린 특위 청문회에서 체니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문회 증인과 연락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특위는 증인의 증언에 영향을 미치려는 어떤 시도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 사실을 법무부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청문회 ‘증인 매수’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1.6 의사당 난입사태 조사 특위 청문회를 마치고 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체니 의원의 이날 폭로는 지난달 말 청문회에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측근인 캐시디 허친슨의 증언과 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기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내용으로 여겨진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태 당일 무장시위대 관련 보고를 묵살했고, 의사당 진입을 고집하다 이를 막으려는 경호원들을 폭행하기까지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76세의 성인이다”며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행동과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이를 두고 체니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매우 핵심적인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의사당 난입사태 관여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당시 그가 상황을 잘 몰라서 ‘선동가들’에 휘둘렸다고 몰아가려는 것을 정면으로 꼬집었다는 것이다.

공화당 ‘금수저’ 정치인에서 ‘반트럼프’ 외치다 ‘외톨이’ 전락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의원은 2016년 하원에 입성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엔 당내 강경파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부정 선거 주장을 거듭하면서부터 ‘소신파’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10인의 공화당 하원의원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다. 결국 서열 3위의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쫓겨났고, 트럼프 지지를 등에 업은 상대와 겨뤄야 하는 와이오밍주 경선의 승산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공화당 내 왕따”(뉴욕타임스)라는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당내에서 완전히 고립됐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미 정가에서 공화당 정통 보수의 상징으로 칭송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 고액의 선거자금을 기부해온 ‘큰 손’ 들로부터도 후원금이 쏟아지고 있다. 월트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체니 의원에게 4만3000달러 이상을 쾌척했다. 역시 민주당원인 시티그룹 CEO 제인 프레이저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첫 후원금을 체니 의원에게 보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안보 이슈에서 보수 색채가 짙은 체니 의원은 여성의 임신중단권도 반대하고, 환경 파괴 우려에도 석탄 채굴과 석유 시추 확대를 지지하는 등 민주당의 정책적 지향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인사들의 후원금이 그에게 몰리는 것은 체니 의원이 정치적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트럼프의 대선 부정 의혹 제기에 맞서 싸우는 점을 높이 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체니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라이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에 조언하는 한 컨설턴트), “체니는 공화당 안에서 헌법 수호의 중요성을 외치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라고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6세의 성인이지, 외부에 휘둘릴 만한 아이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 12일 1.6 의사당 난입사태 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체니 의원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2024년 대선 도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화당원으로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트럼프와 헌법,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원이라면, 트럼프와 헌법에 동시에 충성할 수 없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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