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 두바이행 막히자 몰디브로 줄행랑
의회, 20일 새 대통령 뽑기로
반정부 시위에 사임 의사를 밝힌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군용기를 타고 몰디브로 도피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민항기를 통한 출국을 시도했으나 저지당하자 가까운 이웃 나라로 일단 피신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출입국관리소는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부인, 경호원 등 4명이 탑승한 군용기가 13일(현지시간) 새벽 국제공항을 이륙했다"고 말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날 사임을 하겠다고 밝힌 뒤 면책 특권을 이용해 해외 탈출을 감행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그는 대통령궁을 나와 수도 콜롬보의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 인근 공군기지로 긴급 대피했다. 이후 국회의장을 통해 사임을 약속했다.
라자팍사 대통령 가족은 당초 두바이로 도피를 시도했지만,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보안 검색 등을 거부해 출국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며 대외 부채가 급증하고 지나친 감세 등으로 재정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특히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동참해 인도 주변 남아시아 항구를 개발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의 요충지가 되겠다며 항구 등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감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5~2015년 집권한 라자팍사 대통령의 형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 시절에 주로 진행됐다.
라자팍사 가문은 2005년부터 20년 가까이 스리랑카 정계를 장악해왔다. 그 과정에서 인도 남부에서 스리랑카 독립 전부터 이주해온 타밀족의 저항을 유혈 진압하고 민간인 4만여 명을 학살하면서 인권 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독재와 실패한 정책에 따른 경제난에 분노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지난 주말 대통령궁을 점령하자 라자팍사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스리랑카 의회는 15일 소집돼 20일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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