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쌓인 경기상황 속 '빅스텝'..침체 땐 금리 '속도조절' 불가피

김혜지 기자 2022. 7. 13. 17: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은 금통위, 高물가에 '물가중시' 통화정책 방점
경기침체 우려 확산..성장 주춤 땐 숨고르기 해야
부산 용당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적재된 모습. 2022.7.5/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당분간 물가 온도를 낮추는 '물가 대응 중심'의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짙어진 경기 침체 우려가 연말이나 내년쯤 현실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숨 고르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 위주의 통화정책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가속화하고 있기에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이 훨씬 강화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현재의 높은 물가 상승률, 특히 근원 인플레가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없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서 고물가 상황의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이다.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은이 빅스텝 이후에도 물가 완화를 위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배경에는 지난달 6%에 달한 물가 상승률과 아직은 잠재 수준을 웃도는 경제 성장률이 있다.

이 총재는 하반기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상반기 때보다 커진 것이 맞다면서도, 올해 전반으로는 잠재 성장률 수준을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을 경기 침체 국면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상의 경기 진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로 2% 중반 정도를, 내년에는 2% 가까운 정도를 베이스라인으로 생각한다"면서 "물론 외부 상황이 변하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잠재 성장 수준인) 2% 밑으로 크게 떨어질 것에 대해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7.13/뉴스1

한은이 기자 간담회에서 시사한 향후 시나리오와 대략적인 대응 방침을 종합해 보면, 국내 물가는 3분기 혹은 4분기에 정점에 다다른 이후 소폭 완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한은은 빅스텝이 아닌 0.25%포인트(p)씩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한다. 이로써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최소화한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은의 예측보다 크게 확대되는 경우다. 이 경우 경기가 침체되며 한은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는 흐트러질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를 끌어내리는 각종 리스크 요인이 많아지는 한편, 경기 활성화를 가리키는 지표는 줄어들고, 반대로 경기 부진을 나타내는 지표는 늘어나고 있다.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무역수지 적자다. 이달 1~10일 수출은 158억달러, 수입은 213억달러를 기록해 총합 55억2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들어 누적 무역적자만 158억8400만달러에 육박한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도 불안한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국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1% 줄었다. 3~4월에 이은 감소로, 소매판매의 3개월 연속 감소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1~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경제 내 총수요가 감소, 경기 하방 압력은 보다 거세질 수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재유행 조짐도 부담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내수 경기가 더욱 위축될 위험성 때문이다.

새 정부의 재정 건전성 기조 탓에 작년과 달리 추경 등 정부 소비를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외적으로도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6%p 크게 하향해 2.3%로 수정하는 등 글로벌 경기 흐름에 대한 우려가 확산 중이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2022년은 힘든 해가 될 것이지만 2023년은 더 힘들 것"이라며 "2023년에 침체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 같은 복합 요인으로 인해 국내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하향 흐름을 탈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

이 총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만일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지면 그에 맞춰서 정책을 조정해 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미 경제계에서는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은이 경기 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린 것은 최근 물가 급등과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감안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방어력이 취약하고 실물경제도 부진한 만큼 향후 인상 속도를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cef0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