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근무'하며 공중화장실 에어컨 절도..결국 '처가'에 설치
훔친 공중화장실 에어컨과 실외기를 실은 속초시 공무용 차량이 강원도 고성을 떠나고 있다. (화면제공 : 시청자)
강원도 속초시 공무원 2명이 옆 동네인 고성군의 한 공중화장실 에어컨을 훔친 사건에 대해 경찰과 속초시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현재까지 진행된 경찰 수사와 속초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범행 동기와 에어컨의 행방을 추적해 봤습니다.
■ '출장 근무'하면서 범행을 저지른 공무원 A 씨
야간 당직근무를 마친 속초시 팀장급 공무원 B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속초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친구이자 팀장급 공무원인 A 씨를 찾아갑니다. 두 사람은 평소 친한 사이였습니다. B 씨는 A 씨에게 물건 운반을 부탁합니다. 두 사람은 고성군의 공현진항에 있는 한 공중 화장실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이들은 멀쩡히 설치된 에어컨과 실외기를 떼어내 공무용 차량에 싣고 속초에 있는 B 씨의 처가로 갑니다.
범행 당일 공무원 A 씨는 관내 출장 근무를 한 것으로 속초시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속초시는, A 씨가 동사무소 사무장 역할을 하고 있어 출장이 잦은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A 씨의 관내 출장은 잦은 편이었습니다. 속초시가 A 씨의 지난달(6월) 출장 내역을 확인해보니, 11일 동안 관내 출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속초시는 공무원들이 관내 출장을 한 달 중 15일을 하면 20만 원을 지급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15일 미만이면 출장일에 맞게 출장비를 소급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루 출장비는 13,333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특이하게도 관외 출장 지역인 고성군을 다녀왔습니다. 관내 출장을 내놓고 공무용 차량을 타고 고성군에 다녀온 겁니다.
■ 훔친 에어컨은 어디에? 공무원 B 씨, 홀몸 어르신에게 전했다는데…
그렇다면 이 공무원들이 훔친 에어컨은 어디에 있을까요?
공무원 A씨 (2022.07.07 KBS 인터뷰)
" 에어컨을 가져와서 처가에, OOO 아파트 뒤쪽에 보면 장인 어른댁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갖다 놓았습니다. 그 친구가 (에어컨을) 설치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A 씨는 지난 7일 취재진에게 에어컨을 B 씨의 처가에 운반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B 씨는 이 에어컨을 홀몸 어르신 주택에 설치해줬다고 진술했습니다. 조사 결과 B 씨의 진술은 거짓이었습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에어컨은 A 씨가 말한 대로 B 씨의 처가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에어컨을 회수해 증거물로 고성경찰서에 보관해둔 상태입니다.
■ 처가에서 에어컨 확인돼…"계획된 범행 아냐"
B 씨는 계획한 범행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에어컨이 있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렇다면 충동적이었을까요? B 씨가 범행 장소를 알고 갔다는 A 씨의 진술과 상반됩니다. 경찰은 B 씨가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를 한 뒤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속초시, 절도 혐의 공무원 여죄 조사…경찰, 여죄 조사 안 해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공무원들이 추가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속초시도 공무원들이 추가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닌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먼저 속초시는 B 씨의 사무실 인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CTV가 녹화된 지 한 달이 넘으면 자동으로 지워져,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속초시는 지난달(6월) 13일부터 지난 1일까지 촬영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 씨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정작 A 씨의 사무실 인근에는 CCTV도 없다고 합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여죄를 밝히는 건 속초시 소관이라며 관련해서 수사는 별도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 공무원들은 왜 에어컨을?…속초시, 이달 말쯤 조사 결과 발표 예정
속초시는 조사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속초시 공무원들이 공중화장실 '에어컨 하나' 때문에 30년 정도의 공무원 경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을까요? 여전히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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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빈 기자 (normalbe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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