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주4·3 희생자 사상 검증" 논란..비판 잇따라

전지혜 2022. 7. 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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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제주4·3 희생자 재심 과정에서 일부 희생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미 4·3 희생자로 결정한 이들을 다시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검찰이 '사상 검증'을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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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과정서 검찰이 4명 희생자 결정 문제 삼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검찰이 제주4·3 희생자 재심 과정에서 일부 희생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미 4·3 희생자로 결정한 이들을 다시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검찰이 '사상 검증'을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법정 [촬영 백나용]

4·3희생자유족회 등 도내 4·3단체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3일 논평을 통해 "4·3 희생자 재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일부 희생자에 대해 좌익활동 운운하며 사상 검증을 시도하려는 행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기념사업위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4·3 영령들을 다시 법정에 소환해 사상과 이념을 검증하겠다는 검찰의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기념사업위는 "이는 국가기관인 4·3중앙위원회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이자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남용해 4·3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4·3 희생자에 대한 검찰의 사상 검증은 시대착오적인 반인륜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재심 절차에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재심이 개시돼 희생자 명예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3도민연대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이 4·3중앙위원회의 희생자 결정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시대착오적인 생트집을 잡았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도민연대는 "그들은 자기변론, 자기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법적 근거도 없는 군법회의에 의해 형무소로 끌려갔다. 누가 이들의 사상을 검열하려 드는가"라며 "74년 전 사건에 대해 이미 고인이 돼버린 이들을 또다시 죽이려 드는 검찰의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2일 제주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3 수형 희생자 68명(군사재판 67, 일반재판 1)이 청구한 특별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4·3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재심 청구 대상 중 4명이 4·3 당시 무장대로 활동했거나 그런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희생자로 결정된 부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01년 '파괴 사태 가담자나 남로당 간부, 무장봉기 주도자를 희생자 범주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4·3 희생자 결정에 대해 적법성을 인정해야 한다. 자칫 검찰이 사상 검증에 나섰다는 누명을 쓸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희생자 결정 과정과 기준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을 증인으로 채택, 오는 26일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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