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점 이르면 3분기말"..끝이 보이는 한은의 금리 인상

최정희 2022. 7.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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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6%대 물가는 정부도 못 참아"
물가상승은 3분기말·4분기초 고점 전망
"경제 불확실성 커 두 세 달 지나야 명확"
이창용 "청년들이여, 물가·금리 낮을 것이라 전제하지 말라"
2022년 7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경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물가는 오를 것이 뻔하다.’

한국은행은 일단 눈 앞에 훤히 보이는 괴물 ‘물가’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더 강력한 ‘광선검’을 예외적으로 휘둘렀다.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렸지만 3분기말, 4분기초엔 물가가 고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올 것이라는 전제하에 앞으론 0.25%포인트씩 올릴 예정이다. 8월과 10월 연이어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2.75%까지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 뒤는 경기나 물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전제, 가정’의 화법이었다. 그 전제가 맞을지 틀릴지에 따라 정책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려 있다. 그나마 확실해진 것은 최소한 금리 인상의 반환점은 돌았다는 점이다.

“6%대 물가라면 물가 잡는 것이 먼저…정부도 같은 인식”

*7월 13일 기준(출처: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13일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수 개월간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3, 4분기 후반부터는 조금 꺾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물가 고점은 3분기말이나 4분기초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6월까지 누적으로 물가가 4.6% 올라 5월 한은 전망(4.5%)을 뛰어넘은 상황이지만 가을께부턴 서서히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를 전제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방침이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한 달 전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갔으나 경기침체 우려에 100달러 밑으로 떨어져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유가 선물 가격은 연말 90달러, 내년 80달러 중반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천연가스 가격은 더 올라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의 유럽 (에너지) 수출이 어떻게 될지 몰라 물가가 고점을 찍더라도 빠른 속도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얼마나 금리를 올릴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이에 이 총재는 “6% 물가가 계속된다면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경기에도 좋다”며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빠져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더라도 물가에만 신경을 쓸 수 있을까. 총재는 “현재처럼 물가가 6%,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까지 가는 상황이라면 경기와 관련 없이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1년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그 영향보다 빅스텝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꺾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해선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표현했지만 그보단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2% 중반, 2% 초반으로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불확실성이 많지만 두 세 달 지켜보면 경기 예측이 낙관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결정에 있어 ‘경기’ 잡음 심해질 듯

*물가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까지만 데이터 나옴.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작년 8월부터 이날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가량 인상된 터라 최소한 금리 인상의 반환점은 돌았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2.25%를 ‘중립금리 하단’이라고 평가했다. 중립금리는 추정 방법에 따라 숫자가 제각각으로 나오는데 한은에선 대략적으로 2~3%의 레인지를 두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2.25%는 중립금리 큰 범위에서 하단에 속한다”며 “앞으로 한 두 번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 말대로라면 2.5~2.75%까지는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를 갉아먹으면서 금리를 올리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러나 시장에선 2%초반대를 중립금리라고 보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앞으로의 금리 인상부턴 ‘긴축’으로의 전환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추가 금리 인상에 있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흐름이 예상된다”며 “기준금리 2.75~3% 수준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가상승률과 높은 가계부채 부담을 감안할 때 ‘긴축’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금리 역전을 바라보는 총재의 시각도 미국을 따라 급박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확인해준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빠르게 자이언트 스텝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 “한미 금리 역전이 문제가 아니라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통화정책의 관점도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상훈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 부근인 2%로 하향 조정하는 시점인 11월부터는 정책 스탠스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4분기 한 차례 동결을 통해 연말 최종금리는 2.75%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의 악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누구도 예견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20~30대에 경제 활동을 시작한 청년층은 한 번도 고물가를 경험하지 않았다”며 “2%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오래 갈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금리가 0~2,3%로 장기간 머물 것이란 전제로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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