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빅스텝'에도 채권 강세..불확실성 줄자 "채권금리 상승여력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8월 연속된 빅스텝 가능성이 줄면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뜻을 밝히며 불확실성을 줄이자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211%에 거래를 마쳤다. 5년물 금리는 6.7bp 내린 연 3.278%,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4.8bp, 6bp 내린 연 3.301%, 3.101%를 기록했다.
금통위의 빅스텝 전망에 지난 6월 국내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금투협이 발표한 '6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고채 금리는 3년물 기준 연 3.55%로 전월 대비 52.3bp 올랐다. 10년물도 31bp 상승한 연 3.636%를 기록했다.
금투협은 "월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높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7월 양적긴축(QT) 개시와 금리 인상, 국내 소비자물가 급등에 따른 한은의 7월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 예상 등으로 금리가 큰 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6월 중순 이후부터 채권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고, 빅스텝이 단행된 이날도 그 추세를 이어갔다.
이날 채권 금리가 떨어진 이유는 빅스텝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됐고, 이창용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하단에 근접했고, 2.75~3%의 시장 기대가 바람직하다는 한은 입장도 불확실성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빅스텝'이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라면서 "향후 물가 상승 추이가 한은이 예상한 추세를 따른다면 25bp씩 점진적으로 가면서 상황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7월 금통위를 '불확실성 해소 측면이 강한 이벤트'로 주목했다. 금융당국이 회사채·기업어음(CP) 프로그램 운영기간을 오는 2023년 3월까지 연장하고, 산업은행과 신보 등이 매입하는 회사채 매입한도를 6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점도 시장 안정세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상 첫 50bp 인상과 8월 추가 인상 가능성 제시에도 주요 채권금리는 하락세를 전개하고 있다"며 "연내 3% 이상 기준금리 도달 우려가 약화된 만큼 6월 중반 기록했던 국고 3년 기준 3.75% 최상단 재접근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아직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 단계인데, 금리 인상 지속에 의한 향후 성장세 약화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장기 금리의 추가 상승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총재는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나 역전 폭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국내 인플레이션 수준이 미국보다 높지 않아 연준과 같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국내 긴축 속도의 불확실성은 완화되면서 기준금리 대비 오버슈팅했던 금리는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 및 FOMC 회의, 한국 기대인플레이션 및 7월 물가 등 주요 지표 발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금리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이전보다는 크지 않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안재균 연구원은 "금통위 이후 장기 금리 반등 시 매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고,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이 명백한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8월 금통위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시사 등 향후 경기 우려가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에 금리가 변동성으로 상승할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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