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DSLR 철수하나?..'고성능' 폰 카메라 등장에 카메라 업계 '미러리스 올인'

니콘의 DSLR 최상위 모델인 D6. 니콘 제공.

캐논에 이어 니콘이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니콘이 일안반사식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하고, 더 진보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러리스 카메라 사업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니콘은 “추측성 보도”라며 부인했지만 업계에 변화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니콘은 2020년 6월 DSLR 최상위 제품인 D6을 출시했지만, 이후 새로운 DSLR 카메라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보급형 DSLR 제품인 D3500과 D5600을 단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니콘의 주력 사업은 DSLR이 아닌 미러리스로 넘어간 상태다. 니콘의 카메라 사업에서 DSLR은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면, 미러리스는 50%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Z9은 동영상 촬영, 처리 성능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 DSLR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DSLR은 조리개를 통해 들어온 빛을 거울과 오각프리즘으로 반사시켜 뷰파인더로 보여주는 디지털 카메라를 말한다. 기존 필름 대신 이미지센서를 사용한다. 미러리스 카메라도 이미지센서를 사용하지만, 거울과 오각프리즘이 없어 DSLR에 비해 가볍고 셔터를 누를 때 흔들림도 적다.

캐논 역시 지난해 12월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력 DSLR 개발과 생산이 몇년 안에 중단될 것”이라며 “2020년 출시한 최신모델 ‘마크3’가 사실상 마지막 일안반사식 플래그십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도 미러리스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DSLR과 미러리스의 경쟁은 빙산의 일각이다. 더 큰 변화의 몸통은 따로 있다. 바로 날로 진화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다.

니혼게이자이는 “니콘 카메라가 점점 더 강력한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밀려나고 있다”며 “더 독특한 기능을 가진 (미러리스) 제품을 만들어 스마트폰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빛을 받아들이는 이미지센서 크기가 작다보니 일반 카메라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가 많다.

샤오미가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 ‘샤오미12S울트라’. 이 스마트폰은 소니의 1인치 이미지센서 ‘IMX 989’를 탑재했다. 샤오미 제공.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 카메라가 DSLR이나 미러리스를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로 전망된다.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즈(SSS)의 테루시 시미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업계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2024년이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진 품질이 DSLR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봤다.

벌써 미러리스 초기모델에 쓰였던 1인치급 이미지센서를 넣은 스마트폰들이 나오고 있다. 샤오미가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인 ‘샤오미12S울트라’는 소니의 1인치 이미지센서인 ‘IMX 989’를 탑재했다. 앞서 나온 소니의 ‘엑스페리아 프로-1’, 샤프의 ‘아쿠오스 R6’ 등도 1인치 이미지센서를 단 스마트폰이다.

다만 1인치 이미지센서는 풀프레임 DSLR·미러리스의 이미지센서와 비교하면 크기가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노이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이미지센서 크기를 마냥 키우기 어려워서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술로 보완하고 있다. 예컨대 갤럭시 S22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피사체를 선명하게 담아내는 ‘나이토그래피’ 기능으로 노이즈 문제를 일부 개선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