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 폭력 사망 사건' 가해자, 2심서도 징역 7년

서울법원종합청사

여자친구를 폭행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마포 데이트 폭력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2심에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강경표)는 13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 도중 여자친구 B씨를 수차례 폭행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오피스텔 1층과 7층 등에서 B씨를 유리벽에 강하게 밀치는 등 4차례 폭행하고 B씨가 의식을 잃자 오피스텔 1층과 8층 등으로 끌고 다녔다. 사건 직후에는 119에 “B씨가 술을 많이 마셔 기절했고, B씨를 옮기는 과정에서 머리를 찧었다”고 거짓 신고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주 뒤 뇌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직접 분석한 B씨 어머니는 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백한 ‘교제살인’이라며 A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A씨는 ‘B씨의 머리를 때린 적이 없고, B씨를 옮기는 과정에서 머리가 찧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상해치사죄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이날 ‘머리를 직접 가격하지 않았더라도 벽에 강하게 밀치거나 어깨를 때린 행위로도 목이나 머리에 손상이 올 수 있다’는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A씨의 폭행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의 체격 차이, B씨가 술에 취해 방어적 행동이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상해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가 먼저 A씨의 뺨을 때리긴 했지만, 인명구조 자격증을 보유한 A씨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의 위중함을 몰랐을 리 없다”며 “그럼에도 피해자를 끌고 다니며 119에도 허위 신고를 해 비난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머리를 직접 가격했다고 추정할 근거는 없어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앙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B씨의 어머니는 “1년 동안 잠도 못 자고 매일 CCTV 영상을 봤다. 4번이 아니라 더 많은 폭행이 이뤄졌다. 그러나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요구를 재판부가 들어주지 않았다”며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시고 사건을 다시 한번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