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령운전자 '조건부 면허' 연구 결과 나와.. 적성검사 따라 운전 가능 시간·장소·도로 제한
교통안전교육·신체검사 의무화 연령 낮춰야
경찰 "연구 결과 바탕으로 2024년쯤 최종 결정"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 금지 등의 조건을 달고 운전면허를 부여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이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부여 방식과 기준을 검토하기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다.
서울대병원 운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연구진이 최근 경찰청에 제출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세부 도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4만3133명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주간(오전 6시~오후 6시)에 낸 교통사고는 1912건이었다. 수시적성검사는 고령 또는 후천적 장애가 있는 운전자에 대한 교통안전교육 결과 안전운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운전능력을 검사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의 주간 교통사고 발생위험은 9.7이었다. 일반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위험보다 약 9.7배 높다는 의미다. 야간(오후 6시~오전 6시) 교통사고 발생위험도 8.0으로 일반 운전자보다 8배 높았다.
다만 모든 고령운전자가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건 아니었다. 고령운전자 의무교육 대상자 10만825명이 2019년부터 작년까지 낸 교통사고 7191건을 분석한 결과 나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교통사고 위험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 의무교육 대상자들이 낸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75~84세 중 운전능력 1~3등급을 받은 운전자의 사고발생률은 60대 운전자의 사고발생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등급을 받은 75~79세 운전자의 사고발생률과 같은 등급을 받은 80~84세 운전자의 사고발생률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연령보다 실질적인 운전능력 여부가 교통사고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 고령운전자가 여성 고령운전자보다 교통사고 위험성이 1.6배 높았다. 특히 1~2등급을 받은 여성 고령운전자의 사고발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선별검사를 통과해 운전능력 등급을 받은 대상자의 사고발생률이 그렇지 못한 기초인지 등급을 받은 대상자의 사고발생률보다 낮았다”며 “운전능력 등급을 받았을지라도 등급이 낮아짐에 따라 사고발생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고령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운전 능력을 꼼꼼하게 점검해 조건부로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게 적합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재 만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의 기준 연령을 만 70세로 확대하고, 신체검사를 65세 이상 및 2종 운전면허에도 의무화해 개인의 운전능력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적성검사 결과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저하된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 가능 시간과 장소, 속도, 도로, 차량제한 등 기타 조건을 부과하는 식으로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로교통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방식과 기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후속 연구개발(R&D)이 마무리되는 2024년쯤 구체적인 기준과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R&D와 관련해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질환·정신·신체·연령 등을 분류하고, 운전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VR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검토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7년 279만7409명에서 작년 401만6538명으로 43.5%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6년 2만4429건에서 2020년 3만1072건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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