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5중주' 은하에서 블랙홀 제트 현상 첫 발견

이현주 2022. 7.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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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임스웹 망원경의 촬영 사진들 속엔, 지금까지 인류가 들여다보지 못한 우주의 '속사정'이 깨알같이 담겼다.

지금까지 최고의 우주망원경이었던 허블망원경보다 100배나 뛰어난 성능,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영역을 촬영하는 능력 덕분에, 제임스웹 망원경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시야를 비약적으로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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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공개한 제임스웹 사진의 의미] 
용골자리 성운에선 별의 탄생 과정 담겨
인류의 '우주지평' 비약적으로 확장될 듯
"제임스웹은 우리가 아직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주와 우주 속 인류의 위치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할 것이다."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
제임스웹 망원경이 관측한 은하군 '스테판 5중주'의 모습. 맨 위쪽에 위치한 은하 'NGC7319'에서 블랙홀이 가스를 내뿜는 제트현상도 발견됐다. 나사 제공

나사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임스웹 망원경의 촬영 사진들 속엔, 지금까지 인류가 들여다보지 못한 우주의 '속사정'이 깨알같이 담겼다. 지금까지 최고의 우주망원경이었던 허블망원경보다 100배나 뛰어난 성능,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영역을 촬영하는 능력 덕분에, 제임스웹 망원경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시야를 비약적으로 넓혔다. 블랙홀이 가스를 분출하는 모습, 아기별의 탄생 과정은 이번에 새로 포착된 우주의 신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관측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용골자리 성운 모습. 허블망원경으로는 관측되지 않았던 별들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나사 제공

'스테판 5중주'서 블랙홀 현상 포착

나사는 전날 심우주 은하 SMACS0723 사진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이날은 외계행성 WASP-96b, 별의 종말을 보여주는 남쪽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 5개의 은하가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스테판 5중주(Stephan's Quintet), 별들의 탄생 과정이 드러난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의 우주사진을 차례로 공개했다.

특히 이번에는 스테판 5중주 은하군 5개 중 NGC7319 은하의 중심부에서 블랙홀이 주변 물질들을 빨아들이며 강력하게 가스를 내뿜는 '제트 현상'이 최초로 담겼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과거에 허블망원경도 스테판 5중주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블랙홀 제트 현상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NGC7319 은하 아래쪽으로 NGC7318A 은하와 NGC7318B 은하가 중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들이며 합쳐지는 모습도 자세하게 드러났다.

'남쪽고리 성운'의 모습. 왼쪽은 근적외선, 오른쪽은 중적외선으로 찍은 모습이다. 나사 제공

남쪽고리 성운을 근적외선 카메라와 중적외선 장비로 촬영한 두 가지 사진도 모두 공개됐다. 양 연구원은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선 △푸른 빛깔의 뜨거운 이온화 가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주황색 수소분자 구름의 이중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적외선 장비가 관측한 사진에서는 남쪽고리 성운의 중심에 별 두 개가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양 연구원은 "두 개의 별 중 죽어가는 별은 어둡고 온도가 떨어져 제대로 관측되지 않았었는데, 제임스웹 망원경이 두 별을 모두 촬영해 성운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아기별들의 보육원'으로 불리는 용골자리 성운 사진에서는 별의 탄생 과정이 선명하게 담겼다. 마치 험준한 산맥처럼 보이는 용골자리 성운은 그간 어두운 먼지 구름으로 뒤덮여 허블망원경으로도 자세히 관찰하기 어려웠지만, 제임스웹 망원경은 어린 별들의 모습을 보다 뚜렷하게 포착했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또 거대한 가스 행성인 WASP-96b의 대기 분광 자료를 분석해 기체 상태의 물 분자들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과학계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첫 발견에서 이런 성과를 거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나 존재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나사가 재구성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모습. 나사 제공

제임스웹, 우주 보는 방식 바꿨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향후 6개월 동안 △은하계와 은하 간 공간 △거대 블랙홀과 모(母)은하 △행성과 행성 형성 과정 △태양계 △항성 물리학 △항성 종족 등 6개 분야 13개 주제에 대한 관측을 실시한다. 그다음으로는 전 세계로부터 관측 제안을 받은 뒤 엄선된 주제에 대해 20년간 우주의 모습을 인류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이런 관측 활동을 통해 지금껏 인류가 알고 있던 우주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 천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양성철 연구원은 "제임스웹 망원경은 단순히 허블망원경보다 더 선명한 사진을 보여준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적외선을 활용한 스펙트럼 자료를 분석해 은하의 나이를 정밀하게 추정한다거나, 행성의 물분자를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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