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감옥' 대신 과태료..정부, 기업인 처벌 완화 추진

반기웅 기자 2022. 7.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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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성화' 내세워 경제단체 건의 수용
'재벌 면죄부'·재계 도덕적 해이 유발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7.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정부가 기업에 대한 경제 형벌 규정을 없애거나 행정 제재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이 경제 관련 법을 어겼더라도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벌 총수들이 법정구속을 피하는 사례가 많아 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완화된다.

정부는 경제 형벌을 완화해 기업인 부담을 덜어주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경제6단체의 건의를 수용했다.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불법을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남발하고 재계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를 열고 향후 TF 운영 방안과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TF는 “경제법령상 과도한 형벌조항들이 민간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공정경제 3법, 국제노동기구(ILO) 관련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국회통과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쳐 기업활동에 대한 불안·애로가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안전, 범죄와 관련 없는 단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에 대한 형벌은 아예 삭제하거나 행정 제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가벼운 서류 작성·비치 위반이나 단순 행정 조사 거부와 같은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 벌금형과 같은 형벌을 내리지 않고 과태료 등 행정 제재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형벌 합리화’도 추진한다. 형벌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보충성(선 행정제재·후 형벌)과 비례성(위법행위와 처벌 간 균형) 등 원칙에 따라 형량을 완화하거나 차별화 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범죄를 실행하기 전 예비·음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하고, 기업에서 발생한 상해는 사망보다 감형해 형벌에 차등을 둔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무관한 경우 범죄 경중에 따라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하도록 했다. ‘형벌 합리화’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형벌 완화’로 해석될 대목이 많다.

앞으로 TF는 자체 조사와 ‘경제 6단체’ 및 전문가를 등 민간 의견 수렴을 통해 파악된 형벌 조항부터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경제 형벌 완화는 경제계의 숙원 사업으로 그간 경제계는 법 위반을 과도하게 범죄화하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며 형벌규정 손질을 요구해 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301개의 경제 법률이 총 6568개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의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6044개(92.0%)는 행위자와 관련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도한 형벌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제계의 요구는 향후 TF 논의를 통해 반영될 전망이다. TF는 이날 “민간중심 역동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 기업들의 자유·창의를 가로막는 범부처 경제 형벌 규정에 대한 일제 점검·개선이 필요하다”며 친기업 기조를 강조했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에서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은 “경제 형벌 완화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검증되지 않는 주장”이라며 “마치 과속 단속을 덜하면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하 교수는 “정부가 불투명하고 실증 안된 효과는 강조하는 반면 경제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처럼 확실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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