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KBS 10억 소송에 "왜 기자한테 가압류?" 기각한 법원

김예리 기자 2022. 7. 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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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호반건설 KBS 기자 가압류신청 기각
3차례 걸친 보정명령서 일침 "소명 부족"… "보복성 명백" 지적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법원이 KBS 보도에 10억대 소송을 걸며 기자의 급여 가압류를 요구한 호반건설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자력이 충분한 KBS가 아닌 기자를 상대로 미리 가압류 신청하는 이유를 소명하라'고 호반건설에 요구했다. 호반 측 신청이 기자 개인을 겨냥한 보복성 입막기라는 지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남부지법 김주미 판사는 지난달 14일 호반건설이 정새배 KBS 기자를 상대로 낸 급여채권 가압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급여채권 가압류 신청은 미리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KBS 3월31일 '공정위, 호반건설 2세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곧 제재' 보도 갈무리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호반 측에 보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호반이 가압류 신청한 대상과 필요성에 “흠결사항”이 있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김 판사는 지난 5월27일 호반 측에 보정명령을 통해 “자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보전처분 또는 추후 강제집행 등에 앞서 채무자의 급여채권을 가압류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소명하기 바란다”며 “7일 이내에 흠결사항을 보정”하라고 했다. 즉 호반이 지급 여력이 충분한 KBS가 아닌 취재기자의 급여를, 그것도 미리 채권 가압류해야 할 이유를 물은 것이다.

호반은 '호반의 선택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호반은 지난달 8일 재판부에 제출한 보정서에서 “어느 불법행위자를 상대로 채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채권자(호반)가 선택할 수 있다”며 “정새배를 상대로 채권가압류를 신청했다면 보전 필요성은 한국방송공사의 자력을 고려함 없이 채무자 정새배를 기준으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호반의 보정서를 받은 뒤 기각 결정했고, 호반건설이 7일 이내에 항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남부지법이 지난 5월27일 호반건설에 내린 보정명령

KBS가 보도 허위 인정? 거짓 주장도


호반은 재판 과정에서 'KBS가 보도의 허위성을 인정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호반이 지난 4월26일 재판부에 제출한 '채권자 보충서'를 보면, 호반은 KBS와 언론중재 조정 과정에서 “중재위원들조차 허위보도를 인정하고 정정보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한국방송공사 역시 일부 내용의 허위보도를 인정하고 반론보도 등의 필요성은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BS는 현재까지 '보도가 허위'라는 입장을 낸 적이 없다. KBS측에 따르면 KBS는 조정 당시 호반의 정정보도 요구에 보도가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반론보도까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언론중재위원들도 정정이 아닌 반론보도문을 조정안으로 논의했다. KBS와 호반 양측은 반론보도 안을 논의하다 의견 차로 인해 조정이 결렬됐다.

▲서울남부지법. 사진=미디어오늘

앞서 KBS는 3월 말 '뉴스9'에서 호반의 경영부당승계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적으로 호반에 대해 제재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호반은 이에 지난 4월 KBS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KBS 기자 개인에게는 재산 채권가압류를 신청해 노골적인 전략봉쇄 소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새배 기자는 통화에서 이번 재판에 “담당 판사의 물음에 호반이 '어느 불법행위자를 상대로 채권 행사할지는 채권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만 답한 걸 보고 호반이 이번 신청에 스스로도 최소한의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악질적인 기자 길들이기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으며 “호반이 재판부에게까지 완전한 허위사실을 이야기하는 걸 보며 참담했고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통화에서 “판사의 보정명령 내용은 그만큼 호반의 청구가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기각은 정당하고 상식적”이라고 밝힌 뒤 “이 사건은 기자의 급여까지 가압류를 시도해 언론행위를 막기 위해 기자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임이 더욱 명백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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