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에서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마주하는 현실[플랫]
계획 없다더니, 갑자기 임신하면 어떻게 해!”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A씨는 중간관리자(BMC)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자 이런 말을 들었다. 법대로 임신기 노동시간 6시간 단축을 요구하자 BMC는 “우리 지역에는 아무도 안 쓴다”며 휴직을 종용했다. ‘매장 3곳의 지원 근무를 하라’는 연락도 받았다. A씨는 “지금은 다른 매장으로 (근무지를) 바꿔 (노동시간 단축 등을) 모두 보장받지만 당시에는 휴직을 강요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들이 법에 명시된 ‘모성보호’ 규정 등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12일 나왔다. ‘파리바게뜨 사회적합의 이행 검증위원회(위원장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난달 10일~14일 297명의 파리바게뜨 노동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80%가 여성, 20%가 남성 노동자였다.
검증위 조사 결과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의 절반 가량인 49.4%는 보건휴가(생리휴가)를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여성노동자가 요청하면 월 1회 보건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2018년 조사 결과인 31.4%보다 늘었다. 보건휴가를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휴무 개수 제한(74.8%)’이었다.
응답자들은 임신 중인 노동자의 복리후생도 열악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7.5%는 ‘태아 검진을 자유롭게 받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근무 중 임신을 경험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물었을 때 17.4%가 휴일 근로를 했다고 답했다. 26.7%는 시간 외 근로를 한 적 있다고 했다.
검증위 여성인권건강분과 소속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가 해당 노동자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노동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없이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하도록 했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했다.
전반적인 노동환경도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응답자들은 주 평균 48.4시간 노동했고, 15%는 52시간을 초과해 일했다. 3%는 주 60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을 했다. 주 평균 노동시간은 2018년 조사 때 49.4시간에서 고작 1시간 줄었다.
과로를 하다 보니 업무상 질병도 늘었다. 근골격계질환을 앓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49.6%로 2018년 조사(40.5%)보다 9.1%포인트 늘었다. 사고(넘어짐·부딪힘 등) 비율도 31.5%로 2018년 22.1%보다 9.4%포인트 올랐다. 피부질환은 20.1%, 부인병(생리불순·난임 등)은 10.9%였다.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는 노동자의 66.7%가 ‘본인 부담’으로 치료 비용을 치렀다고 했다.
휴식권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응답자들의 휴일은 월 평균 6.8일로, 주 40시간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8.5일보다 적었다. 응답자 74.1%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23.3%는 “근무 중 식사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경우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뜨거운 오븐 옆에서 종일 밀가루나 설탕 등의 중량물을 취급해야 한다”며 “산업재해 인정 요건인 업무부담 가중요인 가운데 여러 가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모성보호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불이행과 불법행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사회적 합의 즉각적 이행, 피해자 구제, 책임자 징계, 재발대책 마련 등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검증위는 위법행위와 기만행위 응징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파리바게뜨 운영사인 피비파트너즈 관계자는 “해당 조사는 익명의 290여명이 참여한 부정확한 조사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회사는 근로기준법을 잘 준수하고 있으며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법정 육아휴직과 별도로 최대 1년의 추가 육아휴직을 신설하는 등 모성권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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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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