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서 체첸 친러·반러간 전쟁도 한창 진행중" WP

박준호 2022. 7. 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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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체첸, 친러·반러군으로 나뉘어 우크라 전쟁 참전
'친러 '카디로프파', 러 장악 지역 '대청소' 작전
'반러' 셰이크 만수르·조하르 두다예프 대대는 우크라 지원

[서울=뉴시스] 체첸 전투원이 이치케리아 체첸 공화국과 우크라이나의 국기가 새겨진 패치를 착용하고 있다. 이치케리야 체첸 공화국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존재했던 체첸 분리주의자들이 세운 정부였다.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2022.07.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현장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다. 러시아를 지원하는 체첸 친러 세력과 이들을 "배신자"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체첸 반러 세력이 우크라이나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 내에는 제1차 체첸전쟁 당시 분리독립파의 선두에 섰다가 1999년 제2차 체첸전쟁 당시에는 러시아 쪽으로 돌아선 아흐마드 카디로프 전 체첸 대통령의 이름을 딴 '카디로프파(Kadyrovites·카디로프츠)'로 알려진 체첸군이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군부 내에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목적을 저지하는 이 싸움이 그들의 조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믿는 체첸인들이 많이 있다.

자신의 실명 대신 군내 호출명칭인 마크노로 신원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체첸 출신 한 지휘관은 "우리 동족은 쫓겨나거나 몰살당해 극소수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우리 주민들을 파괴하고 있다"며 "어떻게 그들과 싸우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지휘관은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소속 정찰소대를 이끌고 있다.

마크노는 '카디로프파'를 죽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이 같은 체첸인일지라도 말이다. 마크노는 "그들이 우리를 먼저 죽이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이제 러시아 군인들일 뿐이다.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자원 입대한 체첸인 마가(29)는 체첸에 아직 가족이 있고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실명 대신 가명을 실어달라고 요청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자신의 증오는 집안 내력"이라고 설명했다.

마가의 아버지는 체첸 독립을 위해 두 번의 잔혹한 전쟁에서 러시아와 싸웠다. 마가는 "25년 전 러시아의 그로즈니(체첸 수도)에 대한 공습은 거의 모든 건물을 폐허로 만들었다"며 "그 후 유엔은 이 도시를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된 도시라고 불렀다"고 했다.

러시아는 2000년에 체첸에 대한 직접 통치를 다시 시작했지만, 마크노와 같은 다른 사람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수년 동안 그들은 친러시아 체첸군에 대항하여 반란 작전을 수행했다.

2014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내전을 시작했을 때, 당시 부상 때문에 참전하지 않았던 마가는 적(러시아)과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전쟁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의용병으로 우크라이나에 왔다가 2018년에 정식 군인이 되었다.

마가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아버지의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다. 그는 방탄조끼와 헬멧조차 없는 지원대대에 입대했다. 결국 그는 기증받은 중고 군장비 세트를 얻었고,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키이우 북서쪽에 있는 모스춘 지역에 배치됐다.

마가는 "체첸에서 '우리는 푸틴의 보병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어떻게 동족을 미워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체첸공화국의 수장이된 람잔 카디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25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성전'이라고 부르고,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을 정복했다고 허위 주장을 하거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가짜 '항복' 동영상 등을 게시했다.

군사 분석가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젤렌스키 정권 전복에 실패했던 전쟁 초반 몇 주를 제외하면 '카디로프파'로 불리는 친러 성향의 체첸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전방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이미 러시아군이 정복한 도시와 마을을 지키면서 '대청소 작전'에 배치됐다고 한다.

러시아의 한 군사분석가는 "그들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 군인은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틱톡 군대'라고 불렀다. 그들은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존재한다"며 빈 건물에 총격을 가한 게시물을 언급했다.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그들의 공포전략은 성공했고, 러시아의 군대들 중 가장 두려운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카디로프파가 키이우 점령 지역에서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고문하는 것과 같은 최악의 잔학행위의 일부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러시아 지배에 저항한 전설적인 체첸 지도자들의 이름을 딴 셰이크 만수르 대대와 조하르 두다예프 대대가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하르 두다예프 대대를 이끌고 있는 아담 오스마예프는 지난 2월 영상을 통해 자신의 전투원들이 러시아와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카디로프의 군인들을 체첸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침공과 크름반도 침공을 언급하며 "진짜 체첸은 지난 8년 동안 당신과 피를 흘리며 당신과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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