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때문에' 중학교 음식물쓰레기 방치..구청은 나 몰라라(종합)

수거 차량 진입 어려워 위탁업체 수거 포기·계약 취소도
서구 "한 방향 주차제 시행하겠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광주의 한 중학교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 앞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지만, 지도·단속 책임이 있는 서구청은 손을 놓고 있다.

13일 광주 서구 한 중학교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가 최대 일주일 이상 방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날씨로 빠르게 부패하는 탓에 악취와 벌레가 생기는 게 다반사여서 급식실 위생과 학생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가는 것은 학교 주변에 있는 불법 주차 차량 때문이다.

평소에도 좁은 이면도로 양쪽에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주차 차량 때문에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남아있다.

음식물 쓰레기 차량이 오가는 새벽 1시 무렵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학교 정문을 가로막는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정문을 가로막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음식물 수거 차량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양옆으로 빽빽한 주차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음식물 처리 위탁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는 중간에 업무를 포기하거나 계약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학교 운영위원회의 설명이다.

결국 쌓여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급식노동자들이 쓰레기통을 교문 밖 대로변까지 끌고 나오고 있다.

학교 주변에 불법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지만, 서구청은 학교 측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주택이 모여있어 심각한 주차난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불법주차 단속을 하면 거센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오히려 주차난을 이유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차단속 유예 시간으로 정해놨다.

이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형민 정의당 광주 서구갑 위원장은 "학교에서 불이 날 경우에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구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을 한 방향 주차제로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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