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m 보행 다리 '무허가 제조업체'에 맡긴 순천시..감사원 등 "안전사고 우려"
감사원 지적에도 "유지보수 용이" 해명
전남 순천지역의 이색 다리로 주목받았던 ‘스윙교’를 건설 면허가 없는 교량 제조업체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이 중요한 교량 건설은 관련법에 따라 기술사 등을 갖추고 정부에 등록한 전문 건설업체만 할 수 있다. 스윙교는 홍수가 나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분리돼 옆으로 접히는 방식이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순천시는 2020년 12월 순천역과 아랫장을 연결하기 위해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에 ‘풍덕 스윙교’를 개통했다. 길이 88.5m, 폭 3.5m인 이 다리는 시민들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보행자 전용 교량이다.
순천시는 “징검다리가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16억원을 투입해 이 다리를 건설했다. 스윙교는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수위가 낮을 때는 다리로 활용하다가 물이 불어나 홍수가 우려되면 다리 가운데가 분리돼 양쪽 둔치로 90도 각도로 접힌다. 순천시는 스윙교 제작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A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다리 건설까지 맡겼다.
하지만 A업체는 관련법에 따라 교량을 건설할 수 없다. 교량 건설은 5명의 전문 건설기술인과 관련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국토부에 건설업 등록을 한 전문 건설업체만 가능하다. 등록 없이 교량 건설공사를 진행 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업체는 건설업이 아닌 ‘구조용 금속제품 제조업’으로 등록돼 있다. 특허를 보유한 A업체에 교량 구조물 제작을 맡기더라도 설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건설업체에 맡겼어야 했지만 순천시는 제작과 설치를 모두 A업체가 진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조달청은 순천시에 ‘무자격 업체의 시공으로 인해 안전이 우려된다’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달청은 “안전과 직결되는 다리 설치이므로 관련 공사업 면허 필요 여부를 검토하고, 공사업 면허 등이 필요한 경우 분리발주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순천시는 이를 무시했다.
반면 순천시는 “스윙교는 보행전용 교량이어서 통행 하중이 적어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서 “특허가 없는 업체가 다리를 제작해 설치할 경우 오히려 시민 안전 사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하자 발생과 유지관리리를 위해서는 A업체가 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스윙교 건설 과정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계약을 명확하게 하면 제작업체와 설치업체의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다”면서 “건설업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업체가 스윙교를 설치해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순천시에 A업체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아직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 받지 못했다”며 “내용을 확인한 후 적절한 조치에 나설것”이라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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