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유로화 약세..20년 만에 '1유로=1달러'

박채영 기자 2022. 7. 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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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가 미국 달러와 1:1로 교환되는 패리티(Parity·등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1유로의 가치가 1달러까지 떨어진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CNBC는 12일(현지시간) 한때 달러·유로 환율이 0.9998달러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유로가 1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유로가 만들어진 직후인 2002년 12월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유로의 달러 대비 가치는 1.2~1.6달러 사이를 오갔는데, 올해 들어 12%가량 감소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지수도 이날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108.5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빠른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줄인 것도 유로화 약세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에너지 공급불안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드스트림-1의 가동을 정비를 이유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해진 정비기간은 열흘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을 고려하면 가스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도 유로 하락에 영향을 줬다. 올해 들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 연준과 달리 ECB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부채가 많은 국가를 고려해 긴축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ECB는 오는 21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0.00%에서 0.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유로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달러 패리티 상황은 일시적이기보다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 연준의 긴축정책 변화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등 하락 요인 없이는 유로화 추세가 전환될 동력이 부재하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약세 압력은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10원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유로화 흐름은 단기적으로 원화 추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화 가치가 통화정책 차별화에 기인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에너지 리스크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유로화 추이와 원화 가치가 동조화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패리티(Parity·등가)=유로화 가치와 달러화 가치가 1대 1이 되는 것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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