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취재기자 끈기 대단" 감탄한 바이든.. 왜?

김태훈 2022. 7. 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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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취재를 위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한 멕시코 여성 기자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 전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 광경을 1초도 놓치지 않고 전부 동영상으로 담는 끈기에 경탄을 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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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멕시코 대통령과 회담 전 모두발언
50분가량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기자 보고 놀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시 전 언론을 상대로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멕시코 여성 기자 쪽을 보며 그대로 따라하는 손동작을 취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어떻게 이 긴 시간 내내 저렇게 카메라를 들고 꼼짝도 않은 채 찍을 수가 있죠?”

12일(현지시간) 취재를 위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한 멕시코 여성 기자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 전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 광경을 1초도 놓치지 않고 전부 동영상으로 담는 끈기에 경탄을 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민 문제 등으로 미·멕시코 관계가 다소 껄끄러운 가운데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길어지자 살짝 짜증이 난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자르려고 일부러 기자 얘기를 꺼낸 것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양국 대통령은 비공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오전 11시26분부터 두 나라 언론을 상대로 모두발언 시간을 가졌다. 원래 인사 등 가벼운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인데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작심한 듯 본회담에서 해야 할 심각한 사안들을 꽤 길게 언급했다. 사실 미국과 멕시코 간에는 이민 등 까다로운 문제가 제법 많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자국 기자들을 상대로 “멕시코 등 중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 확대를 미국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솟는 물가로 생계를 위협받는 멕시코 서민층을 의식해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한 중요한 제안을 미국에 할 것”이라고도 했다.

본 정상회담이 시작된 듯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멕시코 정부 입장을 장황하게 늘어놓자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자신의 말을 가로막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대통령님, 곧 끝내겠습니다”(President Biden, I’m about to finish)라고 언급해 청중 사이에 웃음이 터질 정도였다.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취재를 위해 백악관에 들어간 멕시코 취재진 중 한 여성 기자(가운데)가 휴대전화로 양국 대통령의 모두발언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거의 50분가량 꼼짝도 않고 동영상을 찍는 모습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단하다”(amazing)고 감탄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결례를 무릅쓰고 말을 도중에 끊은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 광경을 처음부터 계속 자신의 휴대전화으로 촬영하고 있던 한 멕시코 여성 기자를 가리켰다. “어떻게 이 긴 시간 내내 저렇게 카메라를 들고 꼼짝도 않은 채 찍을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amazing)”며 감탄했다.

통역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파악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잠시 미소를 지었으나 곧 미리 준비해 온 발언을 이어갔다. 멕시코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확대, 더 많은 멕시코계 이민 수용,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인하를 통한 인플레이션 해결 등 미국 정부가 취해주길 원하는 조치들이 줄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세부사항들 중 의견차가 있는 몇 가지 부분은 앞으로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오전 11시26분 시작한 모두발언이 거의 50분가량 이어져 낮 12시10분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한 뒤에야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그 여성 기자를 “멕시코에서 온 취재진 일원”이라고 소개하며 “아주 특별하다(exceptional)”고 칭찬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도 “정말 특별하다”고 동의하자 해당 기자는 영어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인사했다.

다만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해당 기자가 여자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왜 여성 기자만 우대하느냐, 혹시 성차별 아니냐 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님과 저는 여기 계신 기자들 전부, 남녀 구분 없이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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