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가계 이자 6.8조↑..10개월 새 24조 원 '눈덩이'

유영규 기자 2022. 7. 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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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늘(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2.25%로 1.75%포인트나 뛰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 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50%포인트 안팎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천752조 7천억 원에 이릅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상 5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7.7%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이 같다고 볼 때 한은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그만큼만 오른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 4천46억 원(1천752조 7천억 원×77.7%×0.50%) 늘어납니다.

더구나 이번과 같은 빅 스텝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갑자기 뛸 경우 이자 증가액은 두 배인 6조 8천92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각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오늘 0.50%포인트 또 높인 만큼, 약 10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23조 8천323억 원가량(3조 4천46억 원×7)으로 추산됩니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 2천억 원, 6조 4천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 6천 원에서 각 305만 8천 원, 321만 9천 원으로 16만 1천 원, 32만 2천 원씩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입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 10개월간 1.75%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 7천 원 정도입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달 24일 현재 연 4.750∼6.515% 수준입니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6개월 새 상단이 1.537%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2.259%에서 3.948%로 1.689%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남은 세 차례(8·10·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2.75%까지 0.25∼0.5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6%대 중반을 넘어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도 올해 말 7%대를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경험하는 금리 수준입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한 '영끌'·'빚투'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올해 말 연 상환액이 30% 이상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A은행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기업에 근무하는 B씨(신용등급 3등급)는 2년 전인 2020년 6월 17일 주택담보대출 4억 7천만 원, 신용대출 1억 원 등 모두 5억 7천만 원을 은행에서 빌려 14억 5천만 원의 서울 서대문구 34평형(전용면적 84.93㎡) 아파트를 매입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매달 30년 동안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갚기로 했고, 금리는 6개월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에 따라 바뀌는 변동금리를 택했습니다.

신용대출의 경우 1년마다 대출기한을 연장하면서 일단 월 이자(금융채 6개월물 금리 연동)만 내는 일시상환식으로 받았습니다.

이 대출자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2.69%, 신용대출 2.70%였습니다.

이에 따라 연 환산 원리금 상환액은 2천554만 5천952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2천284만 5천952원+신용대출 이자 270만 원), 월 상환액은 212만 8천829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올해 6월 17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3.61%, 4.41%로 높아졌습니다.

연 원리금 상환액은 2천991만 8천223원으로 최초 대출 시점보다 17.1%, 월 납입액(249만 3천194원)도 36만 4천365원 늘었습니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2.75%까지 올리고, 이 상승분만큼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가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12월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1%, 신용대출 금리는 5.41%에 이릅니다.

이 경우 연·월 상환액은 3천394만 7천544원, 282만 8천962원으로 2년 반 전보다 32.9%(840만 1천591원, 70만 133원) 불어납니다.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집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 9천억 원 늘어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이자 증가액이 2조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증가세가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최근까지 계속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현재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673조 7천551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37조 8천672억 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709조 529억 원→699조 6천521억 원)이 9조 4천8억 원 오히려 줄어든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처럼 기업대출이 급증한 상태에서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9월 만기 연장·이자 유예 등의 금융지원까지 끝나면 한계기업이 속출해 대출 부실이 결국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한은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향후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융지원으로 가려져온 기업 대출의 손실이 제대로 드러나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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