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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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며 카톡이 활성화되었다.
만나서 얼굴 보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는 한다.
어느 날 카톡에서 선배들의 남편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 선배가 나이 든 것을 어떡하든 감춰보려고 구입한 옷은 대부분 화사한 빛깔에 무늬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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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배는 남편이 아닌 한 살 터울 언니와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옷 욕심이 많은 언니는 동생이 새 옷을 산 날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일찍 일어나 새 옷을 입고 회사로 내뺐다. 큰맘 먹고 산 새 옷을 자주 빼앗긴 동생은 새 옷을 살 때마다 다용도실에 숨기거나 뒷 베란다 빨래걸이에 빨래인 척 걸어 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기억을 되새김질할 일이 생겼다. 어느 날부터 남편이 이 선배의 옷을 흘금거리기 시작했다. 남녀공용인 청바지는 물론 지퍼 달린 티셔츠며 심지어 운동화까지. 이 선배가 나이 든 것을 어떡하든 감춰보려고 구입한 옷은 대부분 화사한 빛깔에 무늬도 화려하다. 젊은 날 남편은 남자다움을 잘못 이해해 늘 비 오기 직전의 하늘처럼 우중충한 회색 계통 옷만 입고 다녔다. 어느 날 이 선배가 밝은 핑크빛 셔츠를 선물했는데 무슨 바퀴벌레처럼 질색하며 뒷걸음질쳤다. 그랬던 남편이 오늘도 하와이 해변에서나 어울림 직한 꽃무늬 남방셔츠를 입고 외출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한 선배의 글도 올라왔다. 한 선배는 남편이 아닌 수다스러운 여고 동창생과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남편은 말이 많아졌고 슬쩍슬쩍 다른 사람 흉보기를 끼워 넣었다. 동네 편의점 주인은 갈 때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래서 제대로 장사를 하겠나? 게임회사 다닌다는 김 선생 딸내미는 치마가 왜 그렇게 짧은 거야? 남의 집 딸 옷차림까지 잔소리하고 싶어 하고, 동창회 갔다 온 날은 동창들 흉을 보느라 평소 근엄한 표정이 사르르 풀어진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입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 없던 남편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정 선배도 참여했다. 정 선배는 좀 과격한 신문사 정치부 객원기자와 사는 중이라고 했다. 오후 시간대는 대부분 종편에서 정치 관련 대담 프로를 내보낸다. 보통 생각이 다른 전문가 팀이 나와 이쪽이 옳다, 저쪽이 옳다 하며 갑론을박하는 프로다. 거기에 남편은 요란하게 동참한다. 마치 함께 방송하는 사람처럼 이미 TV 속으로 들어가 있다. 자기와 생각이 맞는 패널한테는 “맞아, 그렇지” 하며 큰 소리로 힘을 실어주고 반대편 패널한테는 욕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평생 자동차만 살펴보고 살아온 남편이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세 선배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남편을 내보이며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외쳤다. 바로 경쾌한 답변이 날아왔다. 갑자기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처럼 도마뱀, 고슴도치 등 애완용 동물을 키워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역시 변한 남편을 둔 박 선배다. “외로워서 그래. 더, 더, 더, 잘해줘….”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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