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 '태초의 빛'까지 포착..우주 탄생 '비밀의 문' 연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2. 7. 1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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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 우주사진 첫 공개]
■ 우주 향해 '새로운 눈' 뜬 인류
NASA 최초공개 풀컬러 이미지
46억 광년 너머 은하단 모습 생생
블랙홀·우주 가장자리 관측 가능
외계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 탐색
바이든 "인류 전체에 역사적 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제임스웹 사전 시사회 행사에서 제임스웹이 포착한 'SMACS 0723' 은하단의 풀 컬러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인류의 새로운 눈’으로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우주의 깊숙한 곳을 포착해 11일(현지 시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후 6개월 만이다. 인류의 힘으로 개발한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우주의 기원, 외계 생명체의 존재 등 우주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에 전 세계가 흥분하고 있다. 총 100억 달러(약 13조 1400억 원)를 투입한 제임스웹의 성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46억 년 전의 우주가 공개됐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나사의 제임스웹 사전 시사회 행사에서 첫 번째 풀 컬러 우주이미지를 직접 공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천문학에 대한 과학기술과 인류 전체를 위한 우주탐사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나사의 중대 발표는 현직 국장이 주로 맡아왔으나 이번 프로젝트가 우주과학과 인류에 미치게 될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국가우주위원회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협력을 통해 개발된 이 망원경은 미국이 ‘힘의 모범’이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세계를 어떻게 이끄는지를 구현한다”며 “파트너십은 미국 독창성의 힘을 상징하며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996년 처음 개발을 시작해 20여 년 만에 탄생한 제임스웹은 나사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등이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해 공동 개발한 합작품이다.

제임스웹이 포착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SMACS 0723’은 46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단이다.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로 구성돼 있고 각 은하는 다시 수천억 개의 별로 이뤄져 있다. 사진 속에서 반짝이는 빛은 각각의 은하들로 그중 일부는 130억 년도 전의 것이라고 나사 측은 밝혔다.

SMACS 0723이 신비로운 점은 은하단을 구성하는 별들의 질량이 높아 중력 렌즈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종의 ‘돋보기’ 역할을 하는 덕분에 제임스웹은 더 멀리 있는 은하의 모습까지도 촬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사 측의 설명이다. 나사는 “사진 가장자리에 보이는 빛이 바로 중력 렌즈에 의해 증폭된 것”이라며 “은하보다 훨씬 먼 초기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부연했다. 나사는 제임스웹이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탄생한 초기 우주의 별에서 나온 빛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열광하는 과학계 “우주 비밀 풀릴 것"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날 공개한 제임스웹의 이미지를 두고 “지금까지 찍은 우주이미지 중 (우주의) 가장 깊은 곳을 촬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지금껏 본 적 없는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가장 깊고 선명한 적외선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은하단 SMACS 0723. AP연합뉴스

나사가 SMACS 0723에 이어 12일 대중에 전면 공개한 사진에는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대성운(Carina Nebula) △1150광년 떨어진 거대 가스 행성으로 2014년 발견된 외계 행성 WASP-96b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지름이 0.5광년에 달하는 남쪽고리 성운 △1877년 처음 발견된 슈테팡 5중 은하 등의 모습도 담겼다.

과학계에서는 압도적 성능을 자랑하는 웹 망원경이 초기 우주의 비밀을 풀고 나아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까지 찾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웹 망원경은 앞으로 적어도 20년간 활약하며 우주과학의 역사를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홀과 은하 전문가로 꼽히는 프리얌바다 나타라잔 예일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웹이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함에 따라 우리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우주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아울러 “블랙홀과 우주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초기 단계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리처드 엘리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우리(인류)가 지난 130억 년에 걸쳐 별에서 합성화된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임스웹은 우주 속에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할 독보적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아무도 보지 못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갈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준 나사 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17년 5월 16일 공개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사진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 클린룸 안에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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