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코엘류 "나도 아미.. BTS 춤·음악은 세상의 악 쫓는다"
‘연금술사’ ‘11분’ ‘순례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브라질 출신 작가 파울루 코엘류(74)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들이다. 그가 14일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나흘간 열리는 ‘BTS 국제학술대회’의 기조 연사로 나선다. 학술 행사 첫째 날 30분짜리 대담 영상을 통해 전 세계 BTS 팬들 앞에 선다.
이 행사는 전 세계 아미(Army·BTS 팬)들 중 학문적 연구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만든 BTS 연구 모임(ISBS)이 준비했다. 행사 비용은 온라인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모금했다. BTS가 아시아 보이그룹임에도 전 세계에 미친 전례 없는 영향력, 아미들의 놀라운 결집력 등을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게 목적. 2020년 영국 런던에서 첫 행사가 열렸고, 2회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라인 개최됐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학술행사는 세 번째인 셈. ‘포스트 팬데믹 시대, 새 휴머니티와의 조우’란 주제 아래 음악학, 사회학, 문학, 철학, 종교학, 정치학, 미학, 한국학, 교육학, 인류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다양한 학술적 시각으로 BTS가 이끌어낸 사회 변화들을 분석한다.
코엘류는 사실상 ‘아미’의 일원으로서 학술 행사에 참여한다. 그는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BTS 팬임을 수차례 인증했다. 2020년 8월에는 특히 짧은 트위터 글을 한 줄 남겼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BTS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BTS 영상을 몇 개만 봐 달라. 당신 마음이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당시 온라인에서 BTS에 대해 ‘게이 그룹’ ‘만들어진 아이돌’ 등의 악플이 이어진 것에 대한 일침이었다. 코엘류는 지난 5월에는 인스타그램에 지민이 즐겨 입었던 ‘선한 사람이 되라(BE A GOOD HUMAN)’는 영어가 쓰인 티셔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BTS국제학술대회 주최 측은 이런 코엘류의 행보를 보고 지난 3월 로마, 브라질, 프랑스 등지에서 모은 아미들의 참석 요청 서명을 담아 연사 초청장을 보냈다. 코엘류는 평소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초청은 받자마자 “BTS 학술대회 참석을 요청받았다”며 트위터에 인증글을 올렸다. 코엘류의 고향인 브라질 등 남미 지역 아미들을 중심으로 이 글에 대한 좋아요 수만 10만개가 모였고, “참석해 달라”는 팬들의 트위터 댓글도 빗발쳤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코엘류가 “참석하겠다”는 리트윗 글을 올리면서 이번 대담이 성사됐다.
이후 코엘류는 지난 5월 이 학술대회의 마케터이자 이 행사의 모태가 됐던 2019년 BTS 인사이트 포럼 기획자 김영미 머쉬룸 대표, 브라질 출신 아미이자 IP전문 변호사인 ‘아나 클라라(Ana Clara)’ 등을 초대해 대담 영상을 찍었다. 코엘류는 특히 이들에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내 책 사인하는 것, 비슷한 학술대회 초청, 영화 참여, 전부 거절했다. 내 나이가 74세라 하고 싶은 일만 하기로 했다”면서도 “BTS 학술대회 기조연설 초청만큼은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학술대회 주최측은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촬영팀을 동반하는 대신 김 대표와 아나 변호사가 스마트폰 5대를 가지고 가서 코엘류와의 대담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코엘류 작품을 좋아하는 전 세계 아미들에게 온라인 사전 질문을 받는 건 물론 코엘류의 책 ‘더 아처(The Archer)’ 내용을 대담 인터뷰 중 질문 하고자 활쏘기 전문가에게도 질문 내용 자문도 받았다. 대담 언어도 코엘류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로 진행했다. 이런 세심한 준비 과정을 대담 중 알게 된 코엘류는 “아미들은 정말 똑똑하다(So Smart)”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고, 후에 대담 영상 완성본에 대해서도 크게 호평했다고 한다.
코엘류는 이 대담에서 “BTS가 온라인에서 부당하게 공격받는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공격을 받아봤다. 한 개인의 성공은 공격을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걸 잘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BTS를 응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다만 그런 BTS 옹호 트윗글로 “한국 보이밴드를 뭐 하러 지지하냐며 팔로어가 많이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상관없다”며 웃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BTS 노래를 듣게 되자 멈출 수 없었다. 너무 좋아하게 됐다”거나 “그들의 콘서트 DVD를 수차례 돌려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TS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상상할 수 없다. 춤 연습 등 쉬운 인생이 아니었을 텐데 사람들은 그 이면의 힘든 과정은 보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코엘류는 자신의 책 ‘연금술사’에서 쓴 성스러운 춤과 관련된 종교의식 장면을 인용하며 “BTS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성스럽다고 본다. BTS 음악과 춤은 마치 세상의 악한 존재를 내쫓는 것 같다”고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밖에도 그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영화 ‘올드보이’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해 “정말 좋아한다. 하도 여러 차례 봐서 영상 속 나왔던 서울, 부산에 지금 당장 가도 지도 없이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라며 애정을 드러냈고, “한국 콘텐츠에는 특별함이 있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가 공동 주최를 맡았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와 ‘BTS와 아미컬처’의 저자인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 1회 대회 주최자인 영국 킹스턴 대학교 콜레트 발메인 교수, 대중음악 평론가 김영대 박사 등이 주요 연사로 참석한다. 이 밖에 전 세계 25국에서 모인 150여 명이 ‘팬덤과 정치학’ ‘BTS로 수업하기’ ‘보수적 동남아 국가에서의 BTS와 한류현상’ ‘BTS 메시지에 대한 해석적 접근’ 등 학술 발표를 진행한다.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운동을 이끈 아미 단체들의 사례 발표 순서도 마련된다. ‘브라질 투표독려 운동을 이끈 ‘아미 헬프 플래닛’(AHTP·Army help The Planet)’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블랙 리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에 하룻밤 사이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원)를 모금한 ‘원 인 언 아미(OIAA·One In An Army)’ 등 단체들이 사례 발표자로 나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바일 신분증 사용 불가... 한국사 영역 응시 안 하면 성적표 못 받아” 교육부 수능 유의사항
- 어린이보호구역서 9살 친 운전자, 무죄 확정… “상해 입증 안돼”
- “경험한 적 없는 흥겨운 K 골프 문화”… 가을밤 수놓은 로제비앙GC ‘DJ 나이트 파티’
- ‘400조 퇴직연금’ 유치전… 아이유 “넘어와”, 안유진 “평생 너만”
- 국방부 “북한군 1만여명 러시아에…상당수 전선 이동”
- 길거리서 ‘뻐끔’거리는 옥주현...”흡연 조장하나” 와글와글
- 피자헛, 법원에 회생 신청… 자산·채권 동결
- Dark protagonists are on the rise in martial arts genre
- 총기 난사 소리 듣고도… 美 16살 소녀, 잠긴 문 열어 시민 대피시켰다
- 식사하던 손님, 갑자기 고개 푹 떨구자…옆 테이블 남성이 달려나간 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