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받는 독립경영' TBS에 부메랑으로
여당 서울시 의원, 조례 폐지 발의
통과 땐 운영 재원 줄 근거 사라져
이강택 대표 "독립 강요받고 있다"
안팎선 "스스로 기회 놓친 것" 지적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 3년여 만에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이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안이 지난 4일 서울시의회에 제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전원(76명) 명의로 발의됐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36명)의 2배가 넘는다. 국민의힘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인다면 폐지 조례안은 내년 7월1일부로 시행되며, 이날을 기점으로 TBS는 서울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행 조례는 제4조 제3항에서 “시장은 재단의 설립·운영 및 사업수행을 위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재단에 출연금을 교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례가 폐지되면 서울시가 TBS에 운영 재원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TBS 폐지 조례안을 ‘제1호 의안’으로 추진했을 만큼 처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결과적으로 2호 의안이 된 폐지 조례안은 소관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TBS 조례 폐지 등을 반영해 지원금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TBS 출연금 123억원 삭감을 추진했고, 실제로 55억원이 삭감됐다. 올해 서울시 출연금은 전년 대비 약 15%가 줄었지만, TBS는 여전히 연간 300억원대, 전체 예산의 약 70%를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 왔다. 100억원 정도에 불과한 기타영업·사업운영수익으로는 임직원 400여명(2021년 말 기준)의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사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에서 받는 예산의 상당 부분은 직원들의 인건비인데 예산을 안 주겠다는 건 방송사 문 닫으라는 것”이라며 “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들의 생계를 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폐지 조례안은 부칙에 “TBS에 소속된 직원이 희망하는 경우에는 운용 중이거나 신설될 서울특별시 출자·출연 기관에 우선적으로 채용하며 신분이나 급여 등에 있어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아니한다”는 ‘직원 채용에 대한 특례’ 규정을 뒀다.
또한, 국민의힘은 “폐지 조례안에 따라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에 교통방송 출자출연기관 해제조치를 밟게 되면 교통방송은 서울시에서 독립하여 독립경영의 길을 걷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서울시로부터 독립적인 지배구조 확립”은 지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가 TBS의 법인 분할을 허가하며 내건 주요 조건이기도 했다. 이전부터 편파성 논란과 함께 ‘박원순 시장이 방송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TBS는 2018년 말부터 독립법인화를 추진, 개국 30년 만인 2020년 2월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해 서울시 출연 기관으로 재출범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재정 독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통위는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주문하면서도 서울시로부터 연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는 구조를 두고 “재정 안정화가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TBS측이 요구한 상업광고 허용에 대해 “추후 재검토”하겠다고만 했다. 당시 한상혁 위원장은 이런 모순점을 지적하며 “추후 재검토라고 해버리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예상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재단법인으로 첫걸음만 뗐을 뿐, 실질적인 독립경영의 기반을 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서울시 권력 구도가 재편되고, 의회 권력까지 교체되면서 ‘서울형 지역 공영미디어’를 향한 꿈은 채 3년도 안 돼 꺾이게 됐다.
이강택 대표는 국민의힘이 내세운 ‘독립경영’이란 명분에 대해 “독립은 자유 의지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사가 아닌 강요에 의해 종속과 굴종을 강요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독립경영을 준비하고 편향성 문제 등을 바로잡을 기회를 흘려보냈다는 안팎의 지적도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2시간짜리 방송으로 TBS 전체가 평가되는 현실에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누구도 선뜻 ‘언론 탄압’이라며 막아서지 못하는 데는 이런 분위기도 작용했다.
폐지 조례안이 실제 통과되기까지는 아직 몇 달의 시간이 남았다. 이강택 대표는 “차분하게 하나하나 우리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뜻을 모으고, 힘을 합하다 보면 해법이 찾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노조도 ‘강 대 강’으로 맞서기보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며 향후 투쟁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과연 TBS는 “비정규직이 없는 방송사, 시민들이 거버넌스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는 방송사, 수도권을 지역으로 재발견하고 더 나아가 시정감시까지 가능한 방송사”로 거듭나겠다는 처음의 다짐을 시의회와 시민들 앞에서 설득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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