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차례 횡령 '몰랐다'..'구멍 숭숭' 저축은행
[앵커]
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번엔 한 저축은행 직원이 7년 동안 250차례 넘게 회삿돈을 빼돌렸는데 은행 측은 그 사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산 규모 6조원 대로, 최근 급성장한 저축은행입니다.
두 달쯤 전, 이 은행 본점 직원 A씨가 갑자기 해고됐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비정상적인 거래가 나와서 좀 더 심층조사해보니까 그 직원은 순순히 자백을 했고 면직처리하고 경찰서에 고발을 했는데.."]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3억 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객이 입금한 대출 원금 등을 자신의 계좌로 옮긴 뒤, 다른 고객 상환금으로 이를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을 썼습니다.
각종 수수료 명목의 돈도 몇 만 원씩 수시로 빼갔습니다.
입사 1년쯤 뒤부터 시작된 횡령은 무려 250차례 넘게, 7년간이나 계속됐습니다.
그 사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은행은, 올초 금융감독원의 전수조사 지시 뒤에야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시스템을 개선해서 앞으로 이런 사고가 다신 안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은행, 특히 저축은행의 금융 사고는 내부 감시 인력이 부족한 것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저축은행은 통상 10명 정도로,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주고 업무 이력을 감사하는 '명령휴가제' 역시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순환 보직을 시킨다든가 이런 것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게 작동되지 않다보니까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속담처럼 (횡령이 반복되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다른 저축은행 2곳에서 수십억대 횡령 사고가 났는데, 그때도 내부 감시는 제기능을 못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 김재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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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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