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선언' 스리랑카 대통령, 해외도피 무산..20일 후임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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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힌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과 그 동생이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 실패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물러난 초유의 '정부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는 오는 20일 라자팍사 대통령을 대신할 후임을 선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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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타바야 사임→15일 의회 소집→19일 후보등록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힌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과 그 동생이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 실패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물러난 초유의 '정부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는 오는 20일 라자팍사 대통령을 대신할 후임을 선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자팍사 형제, 공항 직원들에 막혀 비행기 못타
12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라자팍사 대통령이 이날 부인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하려 했지만 공항 직원들의 거부로 실패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부부는 사람이 많은 외부 터미널을 피해 귀빈실에서 출국심사를 받고자 했지만, 직원들은 허용하지 않았다. 스리랑카 이민당국은 앞서 "현재 국내에 발생한 위기 상황과 고발된 다수의 정치 귀빈들이 이 터미널을 이용해 출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귀빈 라운지 관리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들과 대치 상황이 길어지며 대통령 부부는 UAE행 비행기 4편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정권 퇴진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9일 라자팍사 대통령은 오는 13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도 사퇴할 뜻을 전했다. 최근 스리랑카는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지고 대외 부채가 급증해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연료와 식품 부족 등으로 민생은 파탄 났고, 정부는 지난 5월 디폴트(채무불이행)을 공식화했다. 이에 반정부 시위대는 2005년부터 스리랑카를 통치해온 라자팍사 가문의 부패와 실정을 규탄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아직 공식 사임 전이라 스리랑카 내부에서 불체포특권을 가진다. 하지만 13일 사퇴가 공식화한 후엔 체포될 가능성이 있어 그 전에 해외로 도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라자팍사 대통령의 동생이자 전 재무장관 바실 라자팍사도 콜롬보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서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실패했다. 이때도 공항 직원들이 그의 출국 절차 진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승객들이 바실의 탑승을 거부하는 등의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까지 라자팍사 형제의 정확한 소재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선 '두바이나 인도로의 도피설', '공군기지 피신설'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일가의 인도 도피설과 관련해 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인도 NDTV방송에 "현재 고타바야와 바실 모두 인도에 없다. 스리랑카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아무도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수 없었다"고 말해 이들이 모두 스리랑카 내부에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새 대통령 20일 의회서 선출"
스리랑카 의회는 정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일 대통령 선거를 열 계획이다. 정권 이양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11일 정당 지도자 회의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은 성명을 내고 "오늘 열린 정당 지도자 협의에서 헌법에 따른 새 정부를 구성하고 필수 국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후임 선출이 필수라는데 모두 동의했다"라며 선거 일정을 공개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예정대로 13일에 물러나면 15일 의회가 소집되고, 19일 대통령 후보 등록 절차를 밟게 된다. 이튿날 의회에서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스리랑카에선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면 한 달 내에 의회에서 비밀투표로 의원 중 한 명을 새 대통령으로 뽑게 돼 있다. 차기 대통령은 라자팍사 대통령의 임기였던 2024년까지 잔여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다음 대통령 후보로는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의 대표 사지트 프레마다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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