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항해사 없이 20분간 장애물 피하며 항해

김상범 기자 2022. 7. 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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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자회사 아비커스 개발한 자율운항 보트 타보니
선박용 자율운항시스템 개발업체 아비커스가 제작한 ‘아비커스 2호’가 12일 인천 왕산마리나항 연안에서 항해사의 조타 없이 자율 운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나스 2.0’ 모든 과정 통제
센서·GPS가 눈·귀 역할

12일 오후 인천 왕산마리나항 연안. 항해 중이던 ‘아비커스 2호’ 앞에 모터보트 한 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 순간 아비커스 2호는 선수를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 보트를 피한 뒤,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원래 경로로 되돌아왔다. 항해 중 만난 장애물을 피하는 단순하지만 부드러운 동작. 그러나 이는 사람 솜씨가 아니었다. 선박용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업체 ‘아비커스’가 만든 자율운항시스템이 모든 과정을 통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회사 아비커스는 이날 인천 왕산마리나항에서 자율운항 솔루션 ‘나스(NAS) 2.0’의 시연 행사를 열었다. 근처 부두에 정박된 보트들과 외양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소형 레저용 선박 아비커스 2호에는 선장도, 항해사도 없었다. 조타용 핸들은 아무도 잡고 있지 않았다. 나스 2.0이 모든 항해를 주관했고 전방 탐지 센서와 위성항법장치(GPS)가 눈과 귀 역할을 했다.

약 2.5㎞ 구간에서 20분간의 항해는 순조로웠다. 굳이 조타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배를 사람이 모는지,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보트에 동승한 이준식 아비커스 소형선자율운항팀장은 들고 있던 태블릿PC를 가리키며 “이것이 조작 패널 역할을 한다”며 “출발·도착 지점을 지정하는 루트 플래닝(경로 설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자율운항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설치된 승용차를 모는 것과 비슷했다.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태블릿 화면에는 항해 경로와 선박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비춰졌다. 화면 상단에는 선박의 속도, 다음 웨이포인트(경유지)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가 자리했다. 속도계 옆에 표시된 ‘+’ 버튼을 두 번 누르자, 출항 당시 5노트(시속 9.26km)였던 속도가 7노트(시속 13km)까지 높아졌다.

조타실 입구에 설치된 또 다른 모니터에는 보트의 전방 화면이 비춰졌다. 장애물이 다가올 때마다 ‘부이’ ‘모터보트’ 같은 표식을 실시간으로 띄웠으며, 자동으로 장애물을 피했다.

20분간의 항해를 마친 뒤 선박은 다시 정박지로 향했다. 접안 장소에 다다르자 이준식 팀장은 태블릿을 ‘수동 모드’로 변경해 조작 패널을 좌우로 움직이며 선박을 조종했다. 승용차의 액셀·브레이크를 밟는 것만으로 자율주행에서 수동 운전으로 변경이 가능하듯, 나스 2.0 또한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배의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 접안지에 다다른 선박은 ‘오토 도킹(자동 정박)’ 기능을 이용, 안정적으로 도크에 정박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기술을 사람의 항해를 보조해주는 1·2단계와 미승선 제어가 가능한 3단계, 완전 무인운항의 4단계로 나누고 있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1단계 상용화에 성공해 각국 선주들로부터 210여건의 주문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탑재해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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