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알까"..말라버린 댐, 농민은 눈물
날이 가물면서 댐도 이렇게 다 말라버렸습니다. 땡볕에 다 타버린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는데요.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알겠냐며 애태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안동댐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화면과 비교해보니 원래 물길이었던 곳이 전부 말라버렸습니다.
뱃길까지 아예 끊길 정도입니다.
농사에 쓰려고 모아둔 물은 이제 30%가 채 안 됩니다.
[박영규/주민 : 한 달 전쯤에는 수문에 거의 3분의 2 지점까지는 물이 차 있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지금 물이 이만큼 빠져버렸거든요.]
농민이 경운기를 몰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강종석/농민 : (일은 마치신 거예요?) 지금부터 몇 번을 더 해야죠. (어디 가시는 거예요?) 물 받으러. 관수시설에서 퍼다가 우선 밭에 가서 물을 주는 거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강종석/농민 : 관수시설이라는 게 한두 개 가지고 지역마다 다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비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바가지에 물을 받아서 주거나 그 방법밖에 없어요.]
고추를 기르는 할머니는 밭에 갈 때마다 숨이 턱 막힙니다.
[최기해/농민 : 우리는 물도 못 줘서 다 말라서 고추 키가 요만하다. 가보면 눈으로 못 봐. (마음이 아파서…) 네. 비가 온다고 하는데 안 오잖아. (같이 가볼 수 있을까요?) 가보면 되지.]
초록색, 빨간색으로 익어가야 할 고추는 다 썩어버렸습니다.
[최기해/농민 : 죽도록 했는데. 마음이 무너지고. 다 버려야 해. (사람도 뜨거워서 땀이 많이 나는데.) 하루 종일 볕에서 버티겠나. 이렇게 시드는 거 보면 마음이 찢어지고 밭에 앉아서 눈물 흘릴 때도 있고.]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이동필/농민 :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가 와야 하는데 비가 안 오니까. 비만 오면 해결되는데.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안동댐에서 1시간 30분쯤 떨어진 영천댐입니다.
가뭄 관심 단계에 들어섰는데,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가까이 가봤습니다.
원래는 이곳까지 물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 땅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제 양손이 들어갈 만큼 깊게 파였습니다.
[사공법/주민 : 7월 초순 같으면 원래 댐이 장마를 대비해서 물을 조금 빼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빼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십몇 년을 살아도 이렇게 댐 수위가 내려간 적이 없어요.]
가뭄을 버텨왔는데 더 큰 고비는 폭염입니다.
자두밭에 와봤습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자두가 이렇게 타버렸습니다.
[이현준/농민 : 보이죠? (다 타버린 거예요?) 네. (날씨가 얼마나 뜨거우면…) 갑자기 27도, 28도에서 32도 이렇게 가다가 36도 올라가 버리니까.]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속상합니다.
[이현준/농민 : 어떻게 합니까. 나라를 원망하겠나.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비가 안 오는 걸 어떻게 하겠나. 갑자기 너무 폭염이 와버렸어.]
장마철도 이곳은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알겠냐는 주민의 호소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7월입니다.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의 절망 끝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없는지 나서야 할 때입니다.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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