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상생보단 할인에 치중..위기의 '지역 화폐'
[KBS 청주] [앵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침체 되자 자치단체들은 지역 화폐의 할인 혜택을 늘려 소비 촉진에 나섰는데요.
현재, 청주를 비롯해 여러 곳이 할인 혜택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지역 화폐 사용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생각한 '상생 소비'라는 애초의 도입 취지보다, 현금성 지원에 초점을 둬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일이슈, 진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주 골목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발행된 지역 화폐, '청주페이'.
도입 2년여 만에 발급 대상자 둘 중 한 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충전액의 10%를 보태주는 지원금 혜택이 중단되면서, 하루 17억 원에 달하던 충전 금액이 1/10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규화/'청주페이' 사용자 : "불편해요, 솔직히. (할인이) 안 되니까 안 쓰죠. 다른 카드를 쓰게 되는 거지."]
할인 판매를 중단한 제주의 '탐나는 전'과 '광주상생카드', 1인당 구매 한도를 줄인 '전주사랑상품권'까지 최대 10%의 할인 혜택을 기반으로 성장한 자치단체 주도의 지역 화폐, 지역사랑상품권이 대부분 같은 처집니다.
정부 지원 예산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준 반면 사용자는 크게 늘면서 지방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진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은 자치단체마다 지역 화폐 충전 금액에 얼마나 웃돈을 얹어줄지 현금성 지원에만 치중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지역 화폐의 시작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여러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마을 경제를 생각해 만든 대안 화폐였습니다.
품앗이 공동체의 노동력 교환 수단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전의 '한밭페이'가 대표적입니다.
사용 금액의 2~3%를 가맹점에서 카드 수수료 대신 적립해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자치단체 지역 화폐처럼 할인 혜택은 없지만, 내 소비가 지역 공동체를 살린다는 이른바 '상생 소비' 의식이 꾸준한 사용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옥정/'한밭페이' 사용자 : "마을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면, 동네가 너무 재밌으면 밖에 안 나가도 되잖아요. 마을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 보상금을 지역 화폐로 주는 경기도 성남, 관광 상품에 지역 화폐를 결합한 강원도 일부처럼 '상생 소비'를 유도하는 곳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소비 진작에만 열중한 지원금 지급 형태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섭니다.
[임연미/'한밭페이' 가맹점주 : "수수료 2%는 마을에 기부가 돼요. 가맹점만 돼도 좋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마을에. 그래서 시작을 한 거거든요."]
지역 화폐 사용 이유를 조사한 소비자원 설문에서도, 많은 응답자가 할인 등의 혜택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 또 지역 상생을 꼽았습니다.
[최보현/지역화폐협동조합 사무국장 : "(이름처럼)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쓰는 상품권이 돼야 취지가 맞다고 생각하는데, 계속해서 소비 진작으로만 힘을 썼기 때문에 공동체를 살리는 경험들을 소비자들도 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아쉽습니다.)"]
사용자의 소비 행태에 맞춰 모바일 결제 기능 등 지역 화폐 활용 범위와 편의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잇따라 도입된 지역 화폐.
당초 도입 취지와 기대 효과를 되살리기 위한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그래픽:박소현
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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