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신효범 "12년의 고통, '골때녀' 출연은 신의 한 수"[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7. 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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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가수 신효범. 사진 본인 제공



그를 아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를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이라 불렀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은 그를 어떤 얼굴로 기억할까. 누군가는 ‘나는 가수다’에서의 열창 모습을 생각할지 모른다. 조금 더 어리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 선생(전미도)이 불렀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의 원곡자로 기억할 것이다.

가수 신효범은 지금은 ‘방송인’ 신효범으로 조금 더 유명하다. 지난해 6월부터 방송된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그는 초대 챔피언이었던 ‘불나방FC’의 중앙 수비수로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능력을 보여 ‘신효벽(신효범+벽)’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처음에 축구 예능을 하고 ‘불타는 청춘’팀이 참여한다고 했을 때는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출전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박선영씨와 저를 제외하고는 축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사실 몸도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게 ‘골 때리는 그녀들’은 신의 한 수였죠.”

불나방FC는 강팀의 면모에도 두 번째 시즌에서는 중도탈락의 아쉬움을 맛봤다. 하지만 승리나 우승이 이 팀의 존재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팀에 비해 훨씬 높은 평균연령을 바탕으로 동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가수 신효범. 사진 SBS



“이미 저희에겐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하나가 되는 느낌, ‘서로 포용하고 이해해주는구나’하는 생각이 정말 좋더라고요. 분명히 나이가 주는 여유라고 생각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노래 하나 잘하는 걸 갖고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긴 싫었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저를 보며 촉각을 곤두세우셨다면,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제 노래와 모습을 봐주길 원하죠.”

신효범은 1988년 제2회 MBC 신인가요제에서 ‘그대 그림자’로 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바로 이듬해 정규 1집을 냈다. ‘난 널 사랑해’ ‘세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등의 노래가 연이어 인기를 끌면서 1990년대 가창력을 앞세운 가수로 유명세를 날렸다. 7집 앨범을 내는 데까지 단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2006년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수록된 9집 이후에는 16년 동안 새 앨범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신효범의 건강과 연관이 있다. MBC ‘나는 가수다’로 한창 무대에 오를 때인 2010년 생겼던 급성폐렴으로 응급실 신세를 졌다.

이후 4개월 동안 치료를 하고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으면서 그의 몸은 치료의 부작용으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어 근막협착에 의한 통증이 찾아왔다. 폐렴으로 인한 치료를 하면서 연이어 찾아온 여러 질병으로 그는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를 둘러싼 많은 것도 변했다.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가수 신효범. 사진 본인 제공



“그때부터 거의 12년을 아팠던 것 같아요. 아픈지 3년 만에 지금 사는 경기도 가평으로 집을 옮겼고요. 반려동물들과 함께 자연에서 살고 있어요. 건강은 제게는 정말 특별한 의미입니다. 정말 아파보지 않은 분들은 그 기분을 알 수 없어요. 부와 명예가 비록 재미있고 즐겁지만 그것에 기대서 오만방자한 생각을 갖는다는 게 결코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효범은 서울 토박이지만 어릴 때부터 전원에서의 생활을 동경했다. 가평은 그의 조부모 그리고 친척들이 살던 곳이었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숲의 냄새가 좋았고 흙을 밟는 느낌이 좋았으며, 저녁때 밥을 짓는 동네의 고즈넉한 모습과 나무가 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건강 때문에 옮겨온 것이지만 자연은 의외의 평화를 가져다줬다.

“정말 지금까지는 어떤 일에 몰두하고 정신을 쏟는 삶을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너무 치닫기만 하고 저를 몰아붙이기만 했던 세월이었던 것 같거든요. 20년 동안 그렇게 살았으면 됐지 않을까요?”

노래에 관한 생각도 비슷하다. 이제 노래 한 곡에 늘 실어 보내던 사랑과 이별의 감정도 인생의 큰 여울에 비하면 작은 감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새 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넓어진 감정을 잘 담을 수 있는 가사를 찾지 못해 그의 음반준비는 조금 지지부진 한 편이다.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가수 신효범. 사진 SBS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참았던 눈물을 툭하고 터뜨리는 희열을 주고 싶다. 그는 “이번에 낼 노래가 건강한 성대로 마지막으로 고음을 후리면서(?) 할 수 있는 노래가 될 것”이라고 웃었다.

“저를 지금까지 좋아해 주셨던 분들께는 아무 말이 필요 없어요. 예전보다 제 능력을 인정해주시고 노래로 위로와 쾌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커졌어요. 고정관념이나 조건 없이 애정을 주시는 느낌을 받을 때 정말 행복과 감사의 마음이 살찝니다. 목소리가 허락하는 한 좋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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