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범죄 심층 탐사 7편] 유죄 확정돼도 피해..친권 상실 청구 7년간 7건뿐
[EBS 뉴스]
친족으로 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아동의, 앞날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는 누가 아동의 친권을 갖느냐입니다.
만약, 가해자가 친아버지라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이 권리를 박탈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박광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친족 성범죄 피해자 쉼터에 머무는 아동 청소년들은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혹시나 위치가 노출돼 가족들이 찾아오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심정애 소장 / 경기 친족 성범죄 아동·청소년 보호쉼터
"아빠의 형을 내지는 할아버지의 형을 좀 감하기 위해서 아니라고 답해달라고 종용하는 거죠. 학교에서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엄마한테 통화를 했는데 그 엄마도 역시 아빠 편인 거예요."
병원 진료 같은 긴급 상황에서 쓸 수 있도록, 지자체가 대체 번호를 발급해주긴 합니다.
하지만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일상 곳곳에서 불편을 겪습니다.
인터뷰: 최미아 상담원 / 경북 친족 성범죄 아동·청소년 보호쉼터
"완전히 그냥 없는 번호인 거니까 은행을 이용한다든가, 학교에서 뭔가 지원을 받는다든가 이런 부분은 주민번호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어렵습니다)"
지난해, 가정폭력범죄 피해자가 지정한 사람은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가해부모라 해도 친권이 상실되는 사례가 흔치 않아서, 피해 아동의 일거수일투족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은희 원장 / 성폭력 피해자 보호쉼터 '열림터'
"친권 상실이 되지 않은 상태면, 학생들일 경우에 휴대폰 개통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정신과 입원이나 이런 긴급 상황에서도 친권자가 동의해야 가능하거든요. 가끔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통장 잔고 같은 것을 다 빼가기도 해요."
지난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친족 성폭력을 이유로 친권 상실이 청구된 건 단 4건
2018년부터 최근까지 3건이 추가돼, 모두 7건입니다.
2015년부터 5년 동안 친족 성범죄로 1,275건의 기소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주변에서 피해자 의사를 대리해 친권 상실을 청구해줘야 하는데, 친족 성범죄의 특성상, 이런 역할을 해 주는 가족이 드뭅니다.
4년 이내로 친권을 일시 정지하는 건 조금 더 인용 가능성이 높지만, 후견인 지정 과정이 까다로운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신수경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후견인을 할 수 있는 친인척이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법원에서 조금 고민하지 않고 진행을 하는데, 그런 사람을 못 찾는 경우에는 결국은 공공에서 그런 후견인 풀을 찾아야 되는데 누군가도 적극적으로 신청하지 않고 법원에서는 이걸 직권으로 시작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현장에선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보호시설의 장이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 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하는 권리, 친권.
친족 성범죄 피해 아동에겐 일상을 옭아매는 굴레가 되기도 하는 만큼, 법과 제도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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