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하루 만에 도어스테핑 재개..'실언 리스크' 정면 돌파?

박준우 기자 2022. 7. 1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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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중단했던 도어스테핑을 하루 만에 재개했습니다. 초기엔 소통 강화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죠. 시간이 지날 수록 윤 대통령의 실언이 부각되면서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레임덕(lame duck), 직역하자면 '절뚝이는 오리'란 의미지만요. 정치 용어로는 정권의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뜻합니다. 보통 대통령 교체 시기에 기존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곤 하죠. 이 때문에 생긴 말인데요. 윤석열 정부는 신기원을 이뤘습니다.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이란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킨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에 달했는데요. 긍정 평가는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7.4%포인트 하락했는데요. 반대로 부정 평가는 6.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임기 극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40%를 밑도는 국정 지지율,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빠른 추락 속도인데요. 이유는 뭘까요?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달 9일) : 대통령이 지금 출퇴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질의응답을 너무 즉흥적으로 하다가 보니까 말에 좀 실수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좀 다른 표현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걸 그냥 생각 없이 딱 뱉다 보니까 아주 직설적으로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그게 좀 국민의 정서에 거칠게. (그건 계속해야 되나요?) 내가 보기에는 아마 어느 시점이 지나갈 거 같으면 그거 아마 안 할 거예요.]

부실 검증으로 인한 장관 후보자 인사 실패, 고물가·고금리가 부추기는 복합적 경제 위기, 그리고 이준석 대표 징계로 인한 국민의힘의 내분 등이 손꼽힐 텐데요. 여기에 지지율 하락의 방아쇠로 작용한 게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란 분석이 나왔죠.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이 내세운 소통 강화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많았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달 18일) : 매일 아침 기자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도어스테핑 여기서 사고가 터진다. 신선함이 있는가 하면 사고를 잘 방지해라. 대통령의 언어, 대통령의 말씀은 정제되고 참모들이 검토해서 나와야 되는 거예요. 오늘도 보세요.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 했냐? 이게 대통령의 언어가 아닙니다.]

이 때문일까요? 공교롭게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날, 도어스테핑도 잠정 중단됐는데요. 대통령실이 밝힌 이유는 코로나 재유행이었습니다. 대통령실 기자단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감염 확산이 염려된다는 겁니다.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이제 기자실에 기자들이 11명인가요. 확진되면서 도어스테핑이 잠정 중단이 됐는데요. 사실은 도어스테핑 자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파격적인 대통령의 행보이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사실 대부분 처음엔 윤 대통령의 소통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의 실언이 부각됐죠.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국정 철학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는데요.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여러 가지 실언들이 지지율 저하로 이뤄진다고 하는 평가를 하신 것 같은데 '조금 더 정제된 방식으로 방법을 고민하겠다' 이렇게 발표하시는 게 솔직하지, 코로나 때문이면 이제 앞으로 계속 코로나가 근절될 때까지는 못하시겠다는 뜻 아니에요?]

여러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친 답변이 지지층까지 실망하게 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그래서 제가 그간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을 한 번 살펴봤습니다. 크게 3가지 특징이 눈에 띄는데요. 첫 번째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입니다.

윤 대통령, 답변 도중 종종 문재인 정부를 끌어오곤 했는데요.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달 17일) :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교체가 되고 나면 형사 사건 수사라고 하는 것은 과거의 일을 수사하지 미래의 일을 수사할 수는 없잖아요. 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

자꾸 현 정부를 방어하는 논리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꺼내든 건데요. 이런 특징은 검찰 편중 인사나 장관 후보자 부실 검증 논란이 일 때 더 두드러졌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달 8일) : 뭐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 5일) : 다른 정권 때 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

당장 이런 태도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진중권/전 동양대 교수 (CBS '한판승부' / 어제) : 쉽게 말하면 인사를 누가 잘했습니까, 전 정권부터. 태도를 딱 보니까 '전 정권은 잘났습니까?' 이러니까 '이건 뭐야', 여기서 확 돌아서는 거거든요.]

[유승민/전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유승민TV' / 지난 9일) :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면 그때부터는 그전의 정부를 비난하거나 욕하거나 책임을 돌리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특징은 #사람 보는 눈 있어입니다.

윤 대통령, 인사 관련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면 해당 인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왔는데요.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달 10일) : 글쎄 뭐 음주운전도 뭐 언제 한 거며, 뭐 여러 가지 상황이라든가, 그 가변성이라든가, 뭐 도덕성 같은 걸 다 따져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얘기할 것이 아니고.]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 5일) :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또 다른 질문.]

여기에 자칫 오만해 보일 수 있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 4일) : 저는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칠 않았습니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유인태/전 국회 사무총장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 어제) : 지금 도어스테핑 해서 굉장히 오만한 모습을 지금. 그동안 술 많이 먹었던 사람들은 자꾸 그래요, '윤석열이 저러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돼가지고 좀 달라졌다'는 소리들도 하던데. 좀 더 그렇지 않았다면 본디, 조금 더 겸손한 자세로 좀 돌아오고…]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발언의 마지막 특징, #글쎄요입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달 15일) : 글쎄요. 지금 뭐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지금 뭐 그렇다고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

윤 대통령의 언어 습관인 듯한데요. 글쎄요, 도어스테핑 첫날부터 지금까지 모두 50번 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외교 관련 사안과 관련한 답변에서 그 사용 빈도가 높았는데요.

'글쎄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잘 모르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요. '글쎄요' 못지 않게 윤 대통령이 즐겨쓰는 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여튼'입니다. 단순 추임새라고 하더라도 국민이나 여론의 지적과 무관하게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들릴 가능성이 있는데요. '글쎄'와 '하여튼'이 한 문장에서 만난 적도 있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 글쎄, 뭐 뭐가 나오면 맨날 정치 권력적으로 문제를 보고 해석을 하는데 내가 선거 때도 이 부분은 대통령이 되면 하여튼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그 유족도 만났잖아요.]

윤 대통령이 스스로 언어 습관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중권/전 동양대 교수 (CBS '한판승부' / 어제) : 이해가 안 가는 게 자기가 어떤 말을 하면 그게 국민들한테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약간 위에서 메타적 관점에서 좀 봐야 되잖아요. 그런 것 자체가 지금 통제가 좀 안 되는 상태거든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를 이유로 멈춘 도어스테핑,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윤 대통령이 오늘 취재진과 거리두기 방식으로 재개한 겁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 코로나가 여러분이 확진이 됐다고 해서 여러분들 가급적 좀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이렇게 여러분들과 청사에 있는 분들 안전을 좀 지키려고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며. (이 정도(거리)로 도어스테핑 하시는 건 어떠세요?) 뭐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봐요 그럼. 한 개만 하고 들어갑시다.]

윤 대통령, 어떤 오해와 비난을 사더라도 도어스테핑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 같은데요. 혹시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들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돌덩이 - 하현우 : 난 말야 똑똑히 봐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아침 라디오 인터뷰도 들은 듯한데요. 국민의힘, 응원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걸까요? 오늘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하나같이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응원에 나선 겁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정책위의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저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도어스테핑을 시도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저는 이런 제도야말로 윤석열다움이고 지금 코로나로 인해서 이런 것들이 잠시 멈춰졌겠지만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서 그래도 이것은 지속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윤 대통령께서는 정말 어떻게 보면 청와대를 과감하게 옮겼습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또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모습을 보여주셨거든요. 그런데 그 두 번째 행보가 도어스테핑이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아예 차단을 한다, 그럼 조금 있다가 불통 대통령이라고 나올 것 같은데요.]

오늘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사전 의견 조율 없이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즉석에서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회피하기 위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게 아니란 점을 피력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도어스테핑에선 이전에 비해 보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할지 주목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지난 달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달 9일) : 글쎄 뭐 필요하면 또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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