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축소법' 개정 위헌 다툼 돌입..여 "위장탈당" vs 야 "개인신념"
‘검찰 수사권 축소법’인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입법 과정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첫 공개변론에서 “절차 위반으로 법 개정 자체가 무효”라는 국민의힘 측과 “국회에서 다뤄질 문제이지, 법정에서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라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충돌했다.
헌재는 12일 대심판정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법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이다. 국민의힘 이외에 법무부·검찰도 관련 건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이날 열린 공개변론은 국민의힘이 청구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헌재에 “법 개정 과정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며 “법 개정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했다.
청구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양당 의원들은 공개변론 시작 전부터 장외에서 기싸움을 벌였다. 청구인 중 한 명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총체적인 절차 위반이 있었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로 법 개정 과정에 관여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주민 의원도 장외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의 생떼식 소송 제기가 개혁의 큰 흐름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위장 탈당” VS “정치적 선택”
쟁점은 민주당 주도의 법 개정 과정이 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는지 여부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안건을 집중 심리하는 안건조정위원회(안건위) 절차가 민주당에 의해 무력화·형해화됐다고 주장했다. 절차 위반이 있었기에 뒤이은 관련 법 개정안의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 본회의 가결 선포 역시 무효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안건위가 무력화됐다는 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해 무소속으로 안건위에 참여해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안건위 제도가 형해화됐다”고 했다. 여야 3대3으로 동수를 이루는 안건위 구성이 민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4(민주당)대2(국민의힘)’ 구도가 됐다는 것이다. 또 민 의원이 탈당 전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두 건 발의한 점을 들어 “이미 결론이 정해진 안건조정위를 하자는 것인데 형식적으로는 합법일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했다.
피청구인 측은 탈당이 민 의원의 신념에 따른 판단이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대리인은 “국회법을 보면 안건조정위원은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선임할 수 있다고 돼 있고 탈당이나 당적을 바꾼 위원을 선임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며 “국회의원은 본인의 소신과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활동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스스로의 정치 활동과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변론을 방청한 민 의원은 변론이 종료된 뒤 국민의힘 측 주장에 대해 “정치를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안건위가 관련 법안을 ‘졸속심사’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11개 법률안을 17분만에 조정해서 조정안을 만들었다”며 “위법·무효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안건조정위 심의·의결 자체가 아예 부존재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심의하기 위해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를 6차례 열고, 국회의장의 중재를 통해 양당 합의안을 마련했으며, 안건위 심사 전에는 여야 원내대표 협의를 통해 조정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박주민 의원은 “17분만에 마무리돼 문제라고 하는데 정상적으로 했으면 3분이면 됐다”며 “(양당 원내대표 협의를 통해) 어떻게 조정할지 다 나와 있었고 설명했기 때문에 그대로 했으면 1분이면 다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안건위에서 마련된 법안과 실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다르다는 주장도 폈다. 전주혜 의원은 “정작 본회의에 상정한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아니었다”며 “민주당도 그제서야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발견하고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했다. 지난 4월27일 법사위를 통과한 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민주당이 내용이 일부 다른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법사위 안을 폐기한 것은 사실이다. 법사위 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를 ‘부패·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는데, 수정안은 이 문구를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바꿨다. 대통령령을 고쳐 검찰 수사범위를 확대할 것을 우려해 법사위 안에는 ‘중’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수정안에서는 국회의장 중재안 취지에 맞게 ‘등’으로 고친 것이다.
피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안되면 의사진행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수정안에 대해 의사진행을 한 것은 수정안 내용이 합의 내용의 범위 안에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의장 중재안보다 검찰 수사권을 엄격히 축소할 수 있는 안을 준비했으나 중재안으로 물러섰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피청구인 측에 “시급하게 법 개정을 추진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묻기도 했다. 피청구인 측은 “검경 수사권 분리는 이미 국회 논의가 많이 이뤄진 사안”이라며 “70년간 유지된 형사사법체계가 갑자기 바뀌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 시작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취임하는 5월9일 이전에 공포하려고 스케줄을 맞춘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여야가 합의한 국회의장 중재안이 파기됐는지, 법사위 회의록 등을 보면 표결 전까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축소에 양당간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등을 국민의힘 측에 묻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의장 중재안에 대해) 불수용 입장으로 바꾼 바 있다”고 답변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을 바탕으로 심리를 계속할 예정이다. 헌재 관계자는 검찰 수사권 축소법이 시행되는 9월10일 이전에 결과를 선고할 수 있을지 여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낸 권한쟁의심판과 이 사건의 병합 여부 등에 대해 “현재로서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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