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등 적색이라도 인도에 사람있으면 무조건 멈췄다 가야
신호 상관없이 사람 보이면 스톱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선
신호기 없을 땐 잠깐 멈춰야 해
12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곳곳에서 혼선을 빚었다. 보행자 보호를 위해 우회전 시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를 강화했지만, 세부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도 일시 정지 의무가 커졌지만, 대부분 운전자는 바뀐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보행자 보호를 위해 그냥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우회전 일시정지 세부 내용 몰라 혼선
12일 오전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인근 토성역 앞 교차로는 혼란스러웠다. 운전자들이 우회전 시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가 강화된 대략적인 내용은 알지만, 정확한 내용까지는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교차로에서 보행신호가 녹색일 때 우회전 시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는 대체로 잘 지켜졌다. 대부분 운전자는 녹색 보행신호에 맞춰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고 보행자 횡단보도를 모두 건널 때까지 기다린 뒤 서행하여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그러나 차량신호가 녹색이고, 보행신호가 적색일 때가 문제였다. 이때는 보행자가 없으면 차량이 서행해도 되지만, 병원 앞 횡단보도라 신호를 대기하는 보행자가 많았다. 신호에 상관없이 우회전하는 모든 차량이 일시 정지 후 출발해야 하는 횡단보도인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 운전자가 이를 살피지 않고 서행으로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실제로 단속했다면 운전자가 범칙금 6만 원(승용차)을 내고 벌점 10점을 받아야 했다.
운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택시 기사 김모(60대) 씨는 “횡단보도 앞에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만 있어서 서행으로 지나가도 되는 줄 알았다. 신호 대기자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예외 조항 없이 무조건 일시 정지로 하는 게 혼란이 없겠다”고 말했다.
앞차는 일시 정지 했으나, 뒤차는 그대로 일시 정지 없이 운행하는 상황도 잇따랐다. 운전자 이모 (40대) 씨는 “앞차가 일시 정지하고 출발하길래 신호도 (차량신호가) 초록 불이라 그냥 출발했다. 오늘부터 우회전 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뒤따르는 차도 일시정지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혼란스러워했다.
법규에 맞게 일시 정지하고도 당황한 운전자도 있었다. 뒤차가 신호 대기자가 있음에도 보행신호가 빨간불이란 이유로 클랙슨을 눌렸기 때문이다. 운전자 최모(30대) 씨는 “신호에 상관없이 대기자가 있으면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다. 그런데 뒤에서 클랙슨을 울리길래 놀래서 멈췄다가 바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 더 엄격해진 어린이 보호구역, 아는 운전자는 없어
어린이 보호구역에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있을 때만 일시 정지를 해야 했지만, 이날부터 보행자 유무와 상관없이 횡단보도 앞에서는 무조건 일시정지를 해야한다.
그러나 이날 오전 서구 부민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 10대를 지켜본 결과 모두 일시 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개정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운전자 이모(60대) 씨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때는 일시 정지는 했지만, 없을 때도 우선 멈춤해야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운전자 김모(60대) 씨도 “보행자도 없는데 왜 멈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이렇게까지 법을 강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헷갈릴 땐 그냥 일시정지하세요
경찰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강화된 법인 만큼 운전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의열 서부서 교통안전계 팀장은 “우리나라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약 35%가 보행 사망자다. 신호 대기자는 신호를 오인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고, 시야에 없던 아이들이 갑자기 차량 앞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세부적인 내용이 헷갈린다면 신호에 상관없이 횡단보도에서 잠깐 멈췄다 출발하는 운전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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