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탈당 놓고 헌재서 여야 격돌.."형해화 vs 정치행위"(종합)
민형배 탈당 및 안건조정위 참여 주요 쟁점..절차 놓고도 팽팽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두고 여야가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충돌했다.
국민의힘 측은 민 의원이 탈당한 뒤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것은 다수결의 원칙을 위반해 안건조정위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규정에 탈당을 한 의원을 선임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없고 탈당은 개별 의원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맞섰다.
헌재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재 대심판정에서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 첫번째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측은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가결 선포된 것이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입장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한 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여부다.
국회법상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민주당)의 조정위원 수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조정위원 수를 3대3으로 같게 구성해야 하고,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인 4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다.
민 의원은 지난 4월 20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민주당 몫이 아닌 조정위원으로 배치됐다. 이로 인해 안건조정위가 실질적으로는 여야 4대 2로 구성된 바 있다.
◇국민의힘 측 "민형배 형식적 무소속이지만 실질적 내용 봐야"
국민의힘 측은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위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해 조정위원회를 형해화시키고 국회법을 사문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전 의원은 "민 의원이 탈당한 뒤 민주당은 바로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했다"며 "민 의원이 탈당을 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오로지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으로 참여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 의원이 지난해 2월 민주당 의원으로서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야당 몫의 조성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위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덧붙였다.
청구인 대리인인 황정근 변호사도 "민 의원이 형식적으로 무소속인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것을 봐야 한다"며 "왜 탈당을 했는지 이유는 전체적인 맥락을 본다면 당연히 안건조정위에 들어가기 위함이 틀림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본다면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이어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진행된 모든 과정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소수파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안건조정위원회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살펴달라"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 의원의 탈당을) 형식적으로 판단할지 실질적으로 판단할지는 헌재의 몫"이라며 "다만 헌재에선 위장 탈당을 간단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안건조정위가 생긴 이래로 위장 탈당한 의원이 조정위원으로 참가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국회의 입법독재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헌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측 "탈당 의원 선임하면 안 된다는 규정 없어"
민주당 측에선 국회법상 안건조정위원은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선임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고 탈당이나 당적이 교체된 의원을 선임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했다.
피청구인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조정위원 선임에 관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고유의 권한이고 정치 형성 행위"라며 "그 자체로 헌법과 국회법에 위반되는 것이 없다면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선 "그 자신의 정치적 행위이고 본인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따라 할 수 있는 선택"이라며 "입법과정에서 전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본인의 소신과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활동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탈당한 민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지정한 안건조정위의 행위에 대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종석 재판관의 질의도 있었다.
노 변호사는 "국회 회의체 구성에 관한 것은 고도의 정치 형성 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청구인 측은 안건조정의 의결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오히려 다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주민 의원은 "본인이 발의한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싶은 마음이든 어떤 마음이든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탈당했다면 '꼼수탈당'으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복당이 어렵고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으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날 헌재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변론 과정에서나 변론 전후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절차 놓고도 팽팽…"17분 만에 11개 법안 의결" vs "과거 전례 있어"
양측은 민 의원의 안건조정위 참여 외에도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의 전반적인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상 위법에 대해서도 다퉜다. 특히 안건조정위에 11개의 법안이 올라온 지 17분 만에 의결이 된 것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청구인 대리인인 황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발의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부 모아서 안건조정위에 상정했는데 17분 만에 조정을 거쳐 의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안건조정위의 심의의결 절차 자체가 아예 부존재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원래는 여야 잠정 합의안이라는 것이 타이핑이 되어서 책상 위에 올라와 심사를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마음이 급한 민주당은 타이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고인으로 나온 박주민 의원은 "이미 다 설명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의결하면 3분도 걸리지 않는 사안"이라며 "과거에도 안건조정위에서 10분이나 11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여러 안건을 조정해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피청구인 측 노 변호사는 절차적 위헌 주장과 관련해 "과거 국회의원들이 심의·표결권을 주장한 사건들은 회의 개시를 공지하지 않거나 회의장을 봉쇄하는 등 소위 날치기 입법에 대해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지만, 이 사건은 다르다"며 "(청구인 측은) 회의장 참석이나 토론 기회, 표결 기회 자체가 봉쇄되거나 방해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을 바탕으로 심리를 진행한 뒤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아직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건과 별개로 법무부에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선 별도로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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