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10년

한겨레 2022. 7.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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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화학상의 수상 업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지금 생명과학의 1순위 열쇳말이지만, 등장 당시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노벨위원회가 "신기원을 이룬 실험"이라고 평했듯이, 유전자가위 기술은 10년의 길지 않은 기간에 유전자를 다루는 갖가지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다우드나 교수는 자신의 책 <크리스퍼가 온다> 에서 '히틀러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배우러 찾아오는 악몽을 꾼 적이 있다'며 최초 개발자의 고뇌를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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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 염기서열의 특정 지점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자르고 붙이는 혁신적인 기법으로 등장해, 지난 10년 동안 생명공학과 의학에 큰 변화를 일으켜왔다. 그림은 디엔에이(DNA) 모형.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2020년 노벨화학상의 수상 업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지금 생명과학의 1순위 열쇳말이지만, 등장 당시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 등이 2012년 6월28일치 <사이언스>에 크리스퍼의 등장을 알리는 첫 논문을 발표했을 때 이를 다룬 뉴스는 없었다. 당시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박테리아 면역체계에 있는 설계 가능한 디엔에이(DNA) 가위” “유전체 편집 도구로 나아갈 발견”이라는 보도되지 못한 제목들이 외롭게 눈에 띈다. 다우드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 논문이 노벨상감인 건 아시죠?’라고 묻던 당시 과학삽화가가 노벨상 수상을 예측한 첫 인물이라는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몇몇 매체들이 유전자가위 10년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들을 잇따라 보도했다. 노벨위원회가 “신기원을 이룬 실험”이라고 평했듯이, 유전자가위 기술은 10년의 길지 않은 기간에 유전자를 다루는 갖가지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이전의 유전공학 기법과 달리,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히 찾아가 자르고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유전질환 치료술과 농작물 개량 연구가 활발히 일어났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미생물 연구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진단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유전자가위 기술이 한몫했다.

그동안 안전성과 윤리 이슈의 지형에도 변화가 있었다.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개선하는 새로운 기법들이 나오면서 유전자가위 기술은 안전성을 매우 중시하는 의과학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장됐다. 항암 면역치료술에서, 그리고 겸상 적혈구병 같은 특정 질환들 치료술에서 새로운 소식들이 이어진다.

그래도 윤리적인 우려는 기술 혁신만으로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아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질환 치료의 경계를 넘어 지능이나 신체 특성을 바꾸는 유전자 증강에 오남용된다면 우생학 논란은 커질 것이다. 특히 배아나 생식세포 단계에서 이뤄지는 유전자 편집은 더욱 심각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다우드나 교수는 자신의 책 <크리스퍼가 온다>에서 ‘히틀러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배우러 찾아오는 악몽을 꾼 적이 있다’며 최초 개발자의 고뇌를 털어놓기도 했다.

유전자가위 10년이 만든 변화는 기대를 높여줬다. 이와 더불어 10년을 돌아보는 여러 기사에서 윤리적인 우려가 여전히 함께 제기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다우드나 교수가 강조했듯이 기대와 우려를 다 고려하는 난해한 지혜를 찾기 위해서는, 크리스퍼 기술이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관해 묻는 과학과 사회의 투명하고 열린 대화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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