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어요" 운전자는 당황.. 횡단보도에선 일단 멈추세요 [현장르포]

횡단보도 일시정지 첫날
도로교통법 계도 나선 경찰
'보행자 우선' 개정법 취지 공감
스쿨존에선 사람 없어도 '정지'
우회전도 신호 상관없이 '정지'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12일 차량들이 서울 종로구의 한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있다. 경찰청은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를 강화한 새 도로교통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일단 멈춰야 하는 줄 몰랐어요. 경찰계도 활동을 보고 나서 알았네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 인근에서 1t 트럭을 몰던 유모씨(52)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유씨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일단정지' 없이 그대로 통과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자는 스쿨존에서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횡단보도 통과 전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유씨는 "보행자 보호 중심의 법 개정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앞으로 주의를 기울여 운전하겠다"고 했다.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개정 도로교통법 관련 계도·홍보활동을 벌였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이날부터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할 때와 '통행하려고 하는 때' 일시정지해야 한다.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있는지를 우선 확인한 뒤 주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거나 손을 드는 등 운전자에게 횡단 의사를 표시한 때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가 좌우를 살피며 대기 중일 때 △횡단보도를 향해 빠른 걸음 또는 뛰어올 때를 말하는 '통행하려고 하는 때' 등이 해당 사항이다.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10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이날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이다 보니 유씨처럼 아직은 법 개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스쿨존 내에서 '일단정지' 규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도 잇따랐다.

정지하지 않은 채 스쿨존을 지나가려던 승용차 운전자 A씨는 "스쿨존에서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하는 줄 몰랐다"며 "바뀐 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개정된 법이 엄격하고 홍보가 미흡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지만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근에서 단속현장을 지켜보던 직장인 황모씨(60)는 "평소 직진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빠르게 달리다 급정거하는 차량들을 보며 불안함을 느꼈는데 보행자 중심으로 법 개정이 돼 다행"이라며 법 개정을 반겼다.

이날 경찰은 즉각적인 단속보다는 운전자들에게 계도기간이 한 달인 점을 소개하고 일시정지 의무 위반 시 범칙금이 부과된다며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조했다. 경찰은 보행자 확인을 하지 않고 곧바로 우회전하려는 승용차 운전자들을 일일이 멈춰 세운 뒤 "도로교통법이 개정돼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있을 때 일단정지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경찰은 '일시정지 의무 강화'에 대한 연중 상시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