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은행 취약차주 지원방안, '생색내기' 논란
[앵커]
최근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는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이 취약차주에 대한 금리 인하 방안을 내놨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어 은행들이 생색내기만 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제부 정재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금리 인하 방안이라는 게 은행들이 거둘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방안인 건데 은행들이 이걸 자발적으로 발표한 건가요?
[기자]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방안을 내놓은 모양새긴 한데, 사실 그 전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적으로 은행을 압박했었습니다.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게다가 안 그래도 은행들이 올 상반기 9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익 올릴 것으로 전망돼 은행권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결국, 등 떠밀려 대책을 내놓은 꼴이네요.
은행들이 발표한 이자 감면 방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기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 3일과 5일 각각 취약계층 이자 감면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신한은행은 5%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가진 차주들의 5% 초과분 이자 1년 치를 지원해주겠다고 했고요.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사업자대출 중 만기를 연장할 때 7%가 넘는 고금리 대출의 7% 초과분 이자를 최대 1%p까지 깎아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 금리인하 혜택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느냐일 텐데요.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인하 대상자가 3,000명뿐이라고요?
[기자]
네, 신한은행 같은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 중에 딱 6월 말 시점 기준으로 5% 넘는 이자를 내고 있는 대출자가 그 대상인데요.
수를 헤아려보니 3,000명 조금 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신한은행 전체 주담대 고객이 3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중 약 1% 정도 되는 겁니다.
요즘 금리가 아무리 많이 올랐어도 애초에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경우엔 5% 넘는 금리를 부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겁니다.
이 3,000명이 받은 대출 잔액이 3천억 원 정도라고 해서요.
은행이 1년 치 이자를 1%p가량 지원해준다면 은행 부담이 30억 원 정도가 됩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신한은행 1분기 순이익이 1조 1천억 원 넘었던 걸 생각하면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하나은행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그나마 신한은행은 대상자 수를 밝혔지만 하나은행은 이마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연장 신청할지 알 수 없어 그 수를 밝히기는 어렵다는 게 하나은행 입장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나은행에 그럼 현재 7% 넘는 고금리 사업자대출 고객 수라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상자가 너무 적으니 밝힐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KB국민은행도 어제 취약차주 대상 이자감면 방안을 발표했죠?
[기자]
KB국민은행은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지원 대출상품 4종의 신규 대출 금리를 1%p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서울 기준 3억 원 이하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고객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료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도 취약차주 이자 감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한데요.
반응이 나온 게 좀 있을까요?
[기자]
안 그래도 최근 금감원장이 금융업권별 CEO 간담회를 여러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저희가 물어봤었거든요.
이 원장이 지난 5일 카드사 CEO 간담회 때는 "은행권에서 자발적으로 소비자보호에 나서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지켜보고 있겠다는 거죠.
또 지난 8일 있었던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는 저희가 "대상자가 너무 적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은행권의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책 더 내놓으라고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어제 취임한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도 "고객이 어려운데 은행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거냐는 질문을 나올 수 있다"며 은행이 답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이 어떻게 답할지 계속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이경민
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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