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벤트 앞두고 원화매도 '속수무책'..시장선 "1350원 간다"

조지원 기자 2022. 7. 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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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월 CPI 내일 발표..불확실성 최고조
환율 8.2원 오른 1312.1원 마감
달러인덱스 2002년이후 최고치
1유로=1弗 20년 만 '패러티'찍어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에 변동성↑
경기침체 우려에도 빅스텝 무게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 선호에 달러인덱스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강달러 충격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16원마저 넘어서며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6%대 물가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굳히고 있는 만큼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 20전 오른 1312원 10전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연고점을 4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원 10전 오른 1311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장중 한때 1316원 40전까지 치솟으면서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이르렀다.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확대로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과 함께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마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재봉쇄 위험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외환·금융시장에 충격이 나타난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외환시장에서 유로·엔·파운드 등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한때 108.27까지 치솟아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코로나19 봉쇄 직후에도 103 정도였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도 떨어지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의 전형적인 상황”이라며 “대외 요인 영향이 강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강달러에 원화뿐 아니라 유로와 엔화 가치의 하락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에 취약한 유럽은 유로·달러 환율이 한때 유로당 1달러까지 떨어져 2002년 이후 20년 만에 ‘패러티(parity·1유로=1달러)’에 도달했다. 노무라증권은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완전히 차단하게 되면 유로당 0.9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도 마찬가지다. 12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 42엔까지 치솟아(엔화 가치 하락) 1998년 이후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월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13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8.6%)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연준이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개월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늦어도 내년에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 금통위도 이번 회의에서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진입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한 자체로도 빅스텝의 명분은 충분한데 한미 금리 역전을 앞두고 환율마저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오버슈팅(일시적 급등)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00원대 수준에서 유의미한 저항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1350원까지 상단이 열려 있다는 게 외환시장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변동에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94억 3000만 달러 줄었다. 2008년 11월(-117억 5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하게 되면 한은이 빅스텝을 하더라도 한미 금리는 역전될 수밖에 없다”며 “한미 금리 역전을 앞두고 외환 변동성이 더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향후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노무라는 1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3분기 성장률이 -2.2%를 기록하고 물가 상승률은 6.1%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는 “한국 경제가 수출과 소비에 가해지는 이중 충격(dual shock)에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가계 부문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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