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탈당은 꼼수인가 자유인가..헌재서 맞붙은 여야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 민형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당한 것을 놓고 여야가 헌법재판소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을 무력화한 위헌적 행위라 지적했고, 민주당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맞섰다.
헌재는 12일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권한쟁의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 권한의 존재 여부와 범위를 다툴 때 헌재가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국민의힘에서는 개정안 처리 당시 법사위원이었던 전주혜 의원이 청구인 당사자 자격으로 출석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피청구인 당사자인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몫으로 바뀌는 상황에 따라, 당시 법사위원이었던 박주민·송기헌 민주당 의원을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관계법령상 특별대리인 선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전 의원은 청구인 측 모두 변론에서 "민 의원의 탈당 이유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민주당 손을 들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며 민 의원의 행보를 문제 삼았다.
민 의원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개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자 탈당한 뒤 비교섭단체 몫의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이 됐다. 안건조정위란 특정 위원회에서 의견이 갈리는 안건을 집중적으로 심리하기 위한 위원회 산하의 임시 기구다. 안정조정위원은 제1교섭단체 소속 조정위원 3명과 제1교섭단체가 아닌 조정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제1교섭단체는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교섭단체로, 이 사건에서는 민주당이다.
안건조정위원 과반인 4명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비교섭단체 몫의 민 의원과 제1교섭단체 몫의 김진표·김남국·이수진 의원이 찬성하면서 개정안은 안건조정위를 통과했고,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 의원은 "민 의원은 민주당 의원으로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하거나 발의에 참여했다. 탈당한 뒤에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마자를 지지했다"며 "민주당과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이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건 매우 위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 세력의 횡포를 막기 위해 설치된 안건조정위의 존재 이유를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맞는지 현명한 판단을 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피청구인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탈당은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 직무의 자유위임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며 "대의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은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이나 기타 외부의 어떠한 세력의 명령과 지시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 신념과 독자적 판단에 따라 국가이익, 공익실현을 위해 독자적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라고 반박했다. 민 의원의 탈당은 의원 개인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헌법상 보호해야 할 국회의원의 자유라는 취지다.
노 변호사는 또 "(국회의원 직무의 자유위임 원칙은) 국가의 정치 의사 형성 과정에서 정치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직무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비단 우리 헌법에만 도입된 것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한 모든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원칙"이라며 "이 같은 자유위임 원칙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의 탈당은 자유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본인의 정치적 선택 및 결정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책임을 지는데 제한이 없을 뿐 국회법에 위반되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박 의원은 공개변론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의원 총회를 통해 동의한 중재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비공개회의 등 장시간 논의 끝에 합의해 놓고도 이제 와서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며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의 생떼 쓰기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당시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존중한다고 밝혔던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갑자기 파기한 배경도 의문"이라며 "국민의힘의 궤변에 굴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변론 중 진술 기회를 얻은 박 의원은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탈당은 국회의원에게 이롭지 않다. 복당을 하더라도 지역구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의원으로서 부담되는 결정임에도 자신이 판단해 탈당했다면 이를 '꼼수 탈당'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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