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하니]소니 베스트셀러 헤드폰 신상, 뭐가 달라졌을까
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최근 헤드폰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모양새다. 과거 헤드폰은 '오디오 마니아'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힙(Hip)함'의 상징이 됐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길거리에서 헤드폰을 걸치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다. 기존까지의 헤드폰이 단순 음향 기기에 그쳤다면 이제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특히 무선 헤드폰 시장의 이미지 개선은 2020년 '에어팟 맥스'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다. 당시 1000X 시리즈를 통해 시장을 꾸준히 확대해오던 소니도 애플 덕을 봤다. 70만원을 호가하는 애플의 에어팟 맥스에 비하면 40만원대의 소니의 제품이 '상대적 가성비 제품'으로 보여서다.
소니는 최근 1000X 시리즈의 5번째 모델인 'WH-1000XM5'을 선보이며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소니로부터 WH-1000XM5와 전작인 'WH-1000XM4'를 약 2주간 대여해 비교 사용해봤다.
디자인 개선…힙해진 5세대
소니의 5번째 무선 헤드폰 신제품의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이다. 에어팟 맥스의 등장으로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디자인이 중요해지자 소니도 디자인 개선으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는 여성 고객들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소니코리아가 공개한 시장조사기관 집계 결과 올해 4월 10만원 이상 유무선 헤드폰 판매량 중 여성 구매자들이 전년 동기 대비 2.6배 늘었다. 전체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이 58% 수준이었고, MZ세대의 비중은 85%에 달했다.
하지만 소니의 베스트셀러인 WH-1000XM4는 여심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투박한 느낌이 강했다. 헤드밴드가 두툼하면서 납작하고, 이어컵과 헤드밴드가 연결된 상태에서 관절처럼 분리되는 구조라 게이밍 헤드폰 느낌이 났다. 덕분에 이어컵 윗쪽을 접어 보관할 수 있어 휴대성은 더 좋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다소 세련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올해 출시된 WH-1000XM5는 여심 공략을 위해 이를 갈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부러지는 부분 없이 얇고 둥글게 이어진 헤드밴드는 에어팟 맥스를 연상시켰다. 헤드폰 길이를 조절하는 부분도 무소음 슬라이더가 적용돼 에어팟 맥스와 비슷해졌다. 전작의 경우 PC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헤드폰처럼 달그락거리면서 부드럽지 않게 조정됐다.
헤드밴드에 적용된 소프트 핏 레더 소재는 부들부들한 촉감으로 귀와 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전작과 같은 플래티넘 실버 색상도 명도가 높아져 세련된 느낌을 줬다. 베이지가 가미된 옅은 회색이라 어느 옷이나 무난하게 어울렸다.
통화 품질 만족도 높아져
소니 1000X 시리즈의 음질, 노이즈캔슬링 등 기본적인 성능은 전작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성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판매 성적표다.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10만원 이상 유무선 헤드폰 중 연간 판매 수량 및 금액 기준(2016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으로 소니는 5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무선 헤드폰은 귀 전체를 감싸는 물리적 특성상 노이즈 캔슬링에 특화된 기기다. 노이즈캔슬링은 시끄러운 외부 소음을 차단해주는 기능이다. 이 기술은 비행기에서 소음에 시달리던 항공기 승무원을 위해 개발됐다. 이후 항공기 승객용, 민간으로 확대돼 최근 무선 이어폰·헤드폰 제품의 핵심 기술이 됐다.
소니의 1000X 시리즈는 비행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헤드폰으로 콘셉트를 잡은 제품이었다. 실제 시리즈 초창기에는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이 주요 고객이었다.
제품 구성품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WH-1000XM4에는 비행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내용 플러그 어댑터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WH-1000XM5에서는 어댑터가 빠졌다. 무선 헤드폰의 타깃층을 한정하지 않겠다는 소니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음질 차이 등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막귀'라 사운드 측면에서는 4세대와 5세대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통화 품질은 차이가 컸다. 규모가 크고 시끄러운 카페에서 테스트해봤을 때, 같은 환경이지만 WH-1000XM5가 주변음을 더 잘 걸러냈다. WH-1000XM4는 통화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변음이 크게 들려 거슬렸다.
앱 활용도 높지만, 연결성 아쉬워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앱(App)을 활용하면 여러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퀄라이저 조정이나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음악을 일시 정지하는 'Speak-to-Chat(스피크투챗)' 등은 여타 소니 제품과 동일했다. ▷관련기사: [보니하니]작고 가벼운 노캔 이어폰 찾는다면? 소니 '링크버즈S'(6월29일)
WH-1000XM4에서 활용할 수 있었던 '동시에 2개 장치에 연결' 기능은 5세대에도 적용됐다. 헤드폰을 두 개의 장치에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인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연결해두면 유용할 듯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태블릿으로 영화를 볼 때 헤드폰을 벗거나 다시 블루투스를 연결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만든 제품에 비해 연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었다. WH-1000XM5를 사용할 때마다 전원 버튼을 눌러 연결을 해야 했다. 평소 제품을 꺼내기만 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무선 이어폰을 쓰다 보니, 사용할 때마다 블루투스 연결을 눌러야 하는 점은 꽤 번거롭게 느껴졌다.
계절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요즘 같은 날씨에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원한 카페 등에서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밖에 나오는 순간 이어캡 안까지 땀이 찼다. 출퇴근길에 음악을 듣는 용도로 무선 헤드폰을 사용한다면 여름은 피해야 하겠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