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조국 사태 국면 오판으로 진보 정치 도덕성에 큰 상처"
한석호 10년평가위원장, "민주당 2중대 결정적 계기, 조국 사태"
심상정 "조국 임명 조건부 승인 명백한 오류, 오판…반대하면 8천명 탈당 위기"
왜? 정의당원들도 조국 일가 동조, 이해? 한석호 "극히 일부만, 대부분 조국 비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정의당이 최근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가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로 전락한 탓이라는 지적이 정의당 내부에서 나왔다. 2중대로 전락한 핵심적인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때 이른바 '데스 노트'와 같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 격론조차 없어서였다는 분석이다.
심상정 전 대표는 오판이었다며 두고두고 회한이 남는다고 시인했다. 심 전 대표는 정의당 내부 당원 여론 때문이었고, 당시 반대했다면 8000명의 탈당자가 속출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정의당은 당시에 왜 조국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정의당 10년 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석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1일 저녁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심상정 정의당'의 10년 실패의 원인을 두고 “민주당 이중대로 상징되는 민주당 의존 전략이었다”며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전략이었고,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한석호 위원장은 심 전 대표가 양당체제에서 민주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제3의 진보 정당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민주당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민주당을 견인해서 뭔가 정의당이 성장하는 이런 전략으로 흐르지 않나,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이 결정적으로 민주당 2중대라고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조국 사태'였다고 한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왜 조국 사태 때 당내에서 격한 논쟁이 없었을까. '데스 노트' 쓰지 않고 조국 사태에 대해서 정의당이 비판적이라는 앞머리를 달고는 있었지만 동의하고 지지하는 이 모양새가 됐을 때에도 당 내에는 왜 격론이나 회오리가 불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온 나라가 들썩였고 진보라고 하는 개념의 정체성이 막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왜 정의당 내에서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평등과 연대와 정의 이런 기준으로 자기 기준이 있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조용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정의당을 탈당했던 진중권 작가도 방송에서 자신이 조국 사태 때 전화를 걸었더니 전국 지역위원회에서 한 곳만 빼고 다 (조국 장관 임명을) 찬성했다며 “다 죄인인데 어떻게 지금 나와서 '우리가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남 탓만 한다”고 비판했다. 진 작가는 그 때 열렬하게 찬성했던 사람들이 현재 비례대표 의원들을 나가라고 하고, 자신들이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정의당을 민주당 이중대로 만든 사람들은 되레 '민주당 이중대를 제대로 못해서 망했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국회의원)가 12일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 게시판에 올린 '개별 의견서'에서 정의당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당시 조국 사태 때 오판을 반성하기도 했다. 심 전 대표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오판으로 진보 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며 “사죄드린 바 있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고 시인했다. 심 전 대표는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이 사건은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심 전 대표는 특히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언론과 국민들께서는 선거제도와 협상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당시 그 결정을 이끌어낸 직접적이고도 중대한 고려사항은 당내 여론이었다”며 “당시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조국 장관에 대한 승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심 전 대표는 “게다가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많게는 8000여 명의 당원들의 대량 탈당이 예측되었다”며 “당 대표로서 총선을 앞두고 거의 분당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신 전 대표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된 당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당의 비전과 전략을 또렷이 해나가는 열린 토론을 통해 의지를 최대한 통일시켜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의견서에서 “합법과 불법을 막론하고 자녀에게 학벌을 세습하고 개인적 신분 상승의 길을 마련해주는 데는 진영이 따로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던 조국 사태에 당의 가치를 훼손하는 임명 찬성을 압박”한 책임을 몇몇 사람들 외에 누구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게 조국 동조 여론이 큰 것이었을까. 한석호 10년 평가위원장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데스 노트'에 조국 이름을 올릴지 안 올릴지에 대해 “당시 온 국민이 정의당의 태도를 보고 있었으나 우리는 조국 손을 들어주면서 민주당과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이 행동하는 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21대 총선 때 국민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정체성(성향)은 거의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정의당 내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공동정범 같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며 “민주당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사람도 조국 사태 때는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의당 내부의 검찰개혁 찬성 여론과, 선거법 개정에서 민주당의 도움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그 요인이냐는 분석을 두고 한 위원장은 “그 두가지 이유를 주장하지만 그것이 잘못됐다고 본다”며 “선거법이나 검찰개혁법은 전술의 문제이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태도는 원칙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의당 당원들도 조국 일가와 같이 자신의 지위로 특권을 대물림하며 자녀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관행에 동조하거나, 그런 삶을 살고 있거나, 그런 삶을 지향하는 정서가 마음 속에 있어서가 아니냐'는 질의에 한 위원장은 “극히 일부는 있을 수 있다. '조국이 뭔 잘못이냐'고 주장하는 서초동 집회에 나왔던 사람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일부 있었다”며 “하지만 극히 소수일 뿐이고, 조국을 동의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는 “당시 당 내 영향력이 있던 사람들은 조국 장관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마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이나 선거법 개정에 대한 유혹이 가장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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