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 유지보수'..러, 손실 감수하면서까지 가스 영구 중단 나설까
화학·철강에 식품과 의약품까지 모두 비상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가 오는 21일까지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한다.
명목은 열흘 간의 정기적인 시설 점검과 유지 보수지만, 독일은 서방의 제재에 앙심을 품은 러시아가 보복 차원에서 가스 공급을 추가로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독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p)나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분석가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 "이전에는 (정기 점검을 위한 가동 중단이)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일상적인 절차였지만, 이번에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적었다.
◇끊기면 GDP 1%p 떨어질 수도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산 가스가 독일에 유입되는 단일 파이프라인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연간 550억㎥의 가스를 발트해를 통해 유럽에 공급한다.
독일 바이에른경제협회(VBW)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 최악의 경우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율은 -12.7%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 등 독일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가스 공급 중단이 독일 경제를 심각한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으며, 2022년 예상 GDP를 2.9%에서 1.9%로 약 1%포인트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GDP 누적 손실은 내년 말까지 22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독일 연간 경제 생산량의 약 6.5%에 해당한다.
◇화학·철강에 식품과 의약품까지 모두 비상
노르트스트림1 가동 중단은 독일의 중심 산업인 화학·철강·유리·제지 분야뿐 아니라 식품과 자기류 생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로이터는 220억유로(약 289조원) 규모의 매출과 근로자 6만명을 거느린 알루미늄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용해와 재활용 과정에서 가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 155억유로(약 20조원) 규모의 제지 산업은 종이와 판지가 식품과 의약품, 위생용품의 포장에 널리 쓰이기 때문에 각 업계에 미칠 파장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주민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CNN은 독일 정부가 이미 '가스 비상' 2단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가스 사용 절감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몇 달 내로 독일 국민들은 난방 온도를 낮추고 온수 사용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러 에너지 의존도 줄였지만 독일 LNG 인프라 부족
독일 에너지정책연구기관 '클린에너지와이어'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지난 2월 기준 약 55%에서 5월 기준 약 35%로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몫의 대체원을 찾아야 하는 게 문제다. 올해 6월 기준 독일 가스 저장고는 용량이 55%밖에 채워져 있지 않다.
하지만 유럽이 천연가스를 단기간에 다른 에너지로 교체하는 건 석탄과 석유의 대체 공급원을 찾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의 경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더러 LNG 수입 터미널 용량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독일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LNG 터미널 건설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북해와 발트해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남은 불발탄부터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과된 법안은 날씨가 추워지는 11월까지 저장고 용량을 최소 90%까지 채우고, 겨울이 지나는 2월까지 최소 40%를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가스관이 폐쇄될 경우 겨울이 오기 전에 저장고를 채울 수 없을 위험이 있다.
단 러시아도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미 지난 20년간 유럽에 가스관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였는데, 가스관을 봉쇄해 버리면 시추 인프라가 손상될 수 있다. 미 온라인매체 쿼츠는 러시아가 자체 가스 저장 탱크를 채우면 가스정을 차단하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데다 봉쇄 후 재가동을 하면 장비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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