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긴축·다시 코로나..경기 둔화 악재만 '겹겹'

이윤주 기자 2022. 7. 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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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고물가와 긴축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가 경제·금융시장에 또다시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과 물가오름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확산 등 대형 악재들이 어느 하나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경제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전쟁 충격으로 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중국이 방역을 위해 다시 문을 걸어잠그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8.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316.4원까지 고점을 높여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30일(1325.00)원 이후 약 13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는 1% 가까이 하락해 2310선까지 내려왔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2.51포인트(0.96%) 내린 2317.76에 장을 마쳤다. 기관이 2388억원, 외국인이 45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2676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낙폭이 더 컸다. 코스닥은 전날 종가보다 16.26포인트(2.12%) 내린 750.78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니케이(-1.77%), 중국 상하이종합(-0.97%)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은 유로화 급락에 따른 달러화 강세, 중국 마카오의 코로나 봉쇄 조치 등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로화는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1유로=1달러’ 수준까지 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화는 한국시간 이날 오전 한때 1유로에 1.0006달러까지 하락했다. 2002년 12월 이후 거의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럽이 에너지 공급 위기를 맞으면서 유로화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전쟁의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8.6%까지 올랐고, 유로존 내 경제 강국인 독일도 연료 가격 급등과 공급망 혼란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상승해 지난달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상품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마카오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소식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마카오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영업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108.5까지 올라 달러 초강세가 이어졌다.

중국 내 여러 도시에서도 새로운 제한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수도인 상하이에서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돼 집단 검사에 나설 계획이고, 하이난성과 장시성 몇몇 도시에서도 일부 오락시설 사용을 중단했다.

중국이 세계 공급망이나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중국의 봉쇄 기조에 따라 전세계 경기 둔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정상화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코로나마저 재유행된다면 중국 정부가 실시 중인 각종 경기부양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시장의 불안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환율이 지속해서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며 달러당 13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3분기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4분기 들어 중국이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정책을 포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면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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