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원도 없는 연세대..청소노동자 또 때리는 국힘 21살 의원
시급 440원 인상 요구 노동자 고소학생 지지 뜻
집회 가보지도 않고 "윤 대통령 비판 정치집회"
갈등 조정해야 할 정치인이 갈등 조장 비판론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21) 관악구의원이 연세대 청소 경비노동자들을 고소한 학생에게 지지 의사를 밝히고, 청소노동자들이 시급 440원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에 대해선 ‘정치집회’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조례 제정 등을 통해 해법을 제시해야 할 구의원이 노동 기본권과 관련한 문제를 ‘학생 대 노동자’ 대결구도로 만들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내 청소노동자를 ‘수업권 침해’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연세대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이동수 학생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 지역구는 아니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려고 한다”며 “노동자 권익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면 당연히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소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고소로 짓밟았다’는 악의적 언론보도 프레임부터 함께 바꿔나가겠다”며 “노동자 정체성으로 무장하여 정당하지 않은 요구들을 반사회적인 방법으로 투철시키려는 민주노총의 노동자 탈을 벗겨내겠다”고 적기도 했다.
현재 연세대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13개 학교 청소노동자 노조는 학교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인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 노동자의 기본권과 관련한 요구를 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의 요구에 학교가 응답해야 한다며 3000명이 넘는 학생·졸업생·시민들이 연서명을 통해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이를 ‘노동자 정체성으로 무장한 정당하지 않은 요구’로 규정하고, ‘반사회적인 방법’, ‘민주노총의 정치적 목적’ 이라며 ‘반노동 프레임’으로 공격한 것이다.
최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는 학교의 문제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아니다’고 댓글이 달리자 “그렇지 않다”며 “집회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서 아무 상관 없는 정치적인 얘기들이 난무한다. 미신고 불법집회인 것도 당연히 문제”라고 밝혔다.
청소노동자 당사자들은 최 의원의 발언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학내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김현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은 <한겨레>에 “정치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무슨 정치 얘기를 하겠나”라며 “우리가 명시한 요구를 들어달라고 이야기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송승환 조직부장도 “최 의원이 집회는 와봤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무료 변론을 맡은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최 의원의 발언이) 학교 대 노동자라는 사건의 주된 전선을 흐리는 데 기여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집회에 직접 가봤냐는 질문엔 “제가 가보진 않았고, 이동수 학생을 비롯한 연세대생들에게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부터 해서 청소노동자 요구와는 상관없는 정치집회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기초의회 의원들이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에 견줘 최 의원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의회는 노동자의 휴게시설 설치를 명시한 ‘서울특별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관악구의회에서도 같은 달 ‘관악구 공동주택관리 노동자 인권 증진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선미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라면,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2019년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란 학생 단체 소속으로 교사들이 사상 주입과 정치 편향 교육을 했다고 문제 제기한 이력이 있는 최 의원은 지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기획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참여를 계기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 6월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관악구 불법촬영 감시 및 점검에 사용되는 허위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여성 혐오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학생들에게 고소당한 청소노동자 등을 위해 법률 대리인단을 구성한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은 이날 학교에서 열린 청소노동자의 집회에 참여해 학교가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원청인 학교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연세대, 5800억 쌓아놓고 ‘시급 440원’ 인상 요구에 “재정 어렵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912.html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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