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에서 '갤럭시 워치' 만들고, '니로EV'도 타고

이재덕 기자 2022. 7. 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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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로블록스에 선보인 가상공간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은 외계 행성을 무대로 벌이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각종 자원을 채굴한 뒤 외계인들이 좋아하는 지구의 스마트기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자의 아바타가 ‘갤럭시버즈프로’를 만들기 위해 루비를 캐내고 있다.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캡쳐.

#이곳은 이름 모를 외계 행성. 모든 것이 분홍빛인 핑크 사막에서 곡괭이 하나를 들고 사막 곳곳에 드러나있는 자원을 캤다. 구리와 루비, 수정, 레몬 등 7가지 광물·과일을 구해 외계인들이 좋아하는 지구의 스마트기기들을 만들면 레벨 업(단계 상승)과 함께 금화도 벌 수 있다.

채굴을 마치고 행성 내 본부(우주연구소)로 돌아와 구리 1개와 루비 1개를 연구소 컨베이어 기계 안에 집어 넣고 레버를 당겼다. 지구인들이 많이 쓰는 스마트기기가 완성됐다. 삼성전자의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였다.

구리 1개와 루비 1개를 연구소 컨베이어 기계 안에 집어 넣고 레버를 당겼다. 삼성전자의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가 나왔다.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캡쳐.

삼성전자가 12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이라는 가상 공간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이 외계 행성에서 외계인들과 함께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들을 만들고 돈을 버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날 기자가 가상현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들어가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을 직접 플레이해보니, 로블록스를 이용한 다른 기업들의 가상 공간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처음 플레이를 하는 이들을 위해 튜토리얼(교육과정)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아바타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만들 수 있는 기기도 늘어나도록 했다. 해당 게임에서는 20여 종의 삼성전자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현재 최상위 기기는 갤럭시 S22, 비스포크 냉장고, 갤럭시 Z플립3 등 3종이다. 오는 8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Unpack) 행사에서 갤럭시 Z플립4 등 신제품을 공개하면 이후 이 게임에도 반영된다.

구리(2), 루비(1), 수정(1)으로는 갤럭시 워치 4를 제작할 수 있다.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캡쳐.

기자의 아바타가 쓰는 곡괭이의 채굴 성능이 좋지 않아 최첨단 곡괭이를 구입하기로 했다. 금화 1300개가 필요하단다. 하지만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은 버즈 프로를 만들어 얻은 금화 140개 뿐이다. 부지런히 채굴하고 기기를 만들어 돈을 벌어야 더 좋은 채굴 도구를 구할 수 있다.

이날 기자처럼 핑크 사막을 헤메는 이들이 꽤 많았는데, 벌써 최첨단 곡괭이를 구해 채굴을 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레벨업을 하면 핑크 사막보다 더 많은 자원이 있는 그린 포레스트(레벨12)나 코스믹 케이브(레벨22) 지역을 탐사할 수 있다. 한국 시간으로 11일 저녁 로블록스에 공개된 이 게임은 벌써 48만3000회(12일 오후 4시 기준)이 플레이 됐다.

로블록스에 가상공간을 만든 건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기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니로EV’를 출시한 지난 7일 로블록스에 ‘기아 에코 빌리지’라는 가상공간을 만들었다. 이 게임에서 유저들은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 속 니로 EV를 운전하면서 주어진 미션을 해결한다.

지난 11일에는 한국공항공사가 2025년 문을 여는 울릉공항을 로블록스에 구현한 ‘울릉공항 메타버스’를 공개했다. 앞서 삼성에버랜드도 지난달 로블록스에 가상공간인 메타에버랜드를 열었다. 기아 에코빌리지는 8만9000회, 울릉공항 메타버스는 964회, 메타에버랜드는 5만3000회 플레이되는 등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에 비해 조회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로블록스의 ‘기아 에코 빌리지’를 방문한 기자 아바타. 아바타 뒤로 기아의 니로EV가 보인다.

기업들이 로블록스에 가상공간을 만드는 건 ‘Z세대(대략 1995년~2004년생)’ 등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애플에 비해 제품 구매자들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주력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가 ‘아재폰(아저씨들이 주로 쓰는 스마트폰)’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가상공간에 신경쓰는 건 Z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 삼성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Z세대 등 젊은 고객들이 메타버스 환경에서 가상의 삼성 제품을 만들고 즐기는 통합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번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삼성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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