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시계 빨라지는 일본..자위대 박은 '네가지 항목'은?
9조에 자위대 규정 추가가 핵심
의원 설문조사 67%가 개헌 찬성하나
4개항목별로 보면 온도 차도 드러나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참의원 선거가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일본 ‘평화헌법’ 개정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포함한 이른바 ‘개헌 4항목’이 논의의 중심이 될 것임을 예고해, 이를 둘러싼 의견 조정이 향후 개헌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선거 직후인 11일 언급한 자민당의 개헌 4항목은 아베 전 총리가 건재하던 2018년 3월 자민당이 당 대회에서 발표한 ‘개헌 조문 이미지 및 시안’을 뜻한다. 이 안은 국회에서 발의할 수 있는 완성된 형태의 헌법 개정안 초안은 아니고, 초안을 만들기 위한 기초에 가깝다. 4개 항목은 △헌법에 자위대 존재 규정 명기 △자연재해 등 긴급사태 대응 △참의원 합구 해소(각 현별로 최소 1명 참의원 선출 규정) △평생 교육 등 교육의 충실화를 추구한다는 규정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 규정을 명기하는 내용이다. 이 안을 발표하기 전인 2017년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의 다른 내용은 그대로 두고 자위대 존재 규정을 명기하는 기술만 추가하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했다. 당시 그가 내세운 명분은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일부 주장에 종지부를 찍자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는 무력행사 금지 등 9조의 핵심적 내용을 고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걸 인정한 ‘현실적 접근’이었다. 자민당은 야당 시절인 2012년 일왕을 국가 “원수”로 규정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개헌안 초안을 만들었으나 국수주의적 냄새가 너무 짙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현재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안은 일단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내용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개헌이 이뤄지면, 일본이 군국주의 국가로 바뀌어 주변국을 침략한다는 우려는 맞지 않다.
하지만, 한국 안보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자민당은 올해 안에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등도 함께 바꿔 중국·북한 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능력’(반격 능력)을 확보하고, 군사비를 최대 현재의 두배 수준까지 올리는 군비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과 협의 없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조짐을 보인다고, 북한을 타격하면, 한반도 전체가 우리 뜻과 관련 없이 전화에 휩싸이게 된다.
또 1947년 시행 이후 토씨 한 글자 안 바뀌고 이어져 온 일본 평화주의의 상징이 개정되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중국·북한·러시아의 위협을 명분 삼아 중장기적으로 평화헌법의 본질에 해당되는 조항까지 손 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10일 참의원 선거로 뽑힌 의원 3분의 2 이상은 예상대로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은 12일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 연구실과 함께 조사를 해보니 참의원 의원 중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전체 의원의 67%로 나타났다고 12일 보도했다. 전체 248명 가운데 설문조사에 응답한 의원은 81%로, 각 당 의석수에 맞춰 통계적으로 보정해 분석한 결과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에게 필요 항목을 묻자 1위가 ‘자위대 보유의 명기’가 78%로 가장 높았고, ‘긴급사태 조항 신설’(74%)이 뒤를 이었다. 다만, 온도 차이는 분명 드러난다. 자민당 의원은 93%가 자위대 명기에 찬성했으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는 찬성 의원이 14%에 그쳤다.
일본 헌법을 개정하려면 중·참의원에 설치된 헌법심사회 논의를 거쳐 중의원에선 100명, 참의원에선 50명 이상이 헌법 개정안 초안을 발의해야 한다. 이후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 통과된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일본 헌법 개정 논의는 헌법심사회 논의에 머물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1일 “가을 임시국회”를 본격적 논의 시기로 언급했고, 우파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마쓰이 이치로 대표는 10일 밤 “3분의 2 발의 요건은 정비됐으니 다수결로 정하자. 스케줄을 정해 국민의 판단을 받자”며 속도를 내자고 주장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10일 “되도록 빨리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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