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 재배치 '통합정원제'로 '작은 정부' 추진..노조 "더 큰 비효율될 것"
정부가 12일 발표한 ‘인력운영 방안’은 앞으로 5년 동안 전체 부처 공무원 정원의 1%를 감축해 신규 수요가 필요한 부처에 재배치하는 ‘통합활용정원제’와 공무원 정원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가 재정부담과 행정 비효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른바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를 감축·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정원이 줄어드는 부처는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원치 않는 부처로 전출을 가는 이들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선 공무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합격의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불만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밝힌 통합활용정원제는 규제 개혁, 기능 쇠퇴 등으로 줄어들게 된 인원을 다른 부처에 재배치하는 개념이다. 매년 각 부처 정원의 1%씩 5년간 총 5%를 범정부 차원의 별도 관리해 신규 인력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실제 배정은 올해 3분기 중 처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부처의 기능·인원이 축소·감축되면서 정부 전체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력 증원을 줄이기 위해 임금을 기준으로 한 통합정원제를 시행했었다.
한 차관은 “매년 일반 분야에서 1500∼2000명의 수요가 있을 거라고 예상된다”며 “1% 정도의 감축을 통해 부처의 새로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방공무원 역시 앞으로 5년간 기준인력을 2022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규 행정수요는 인력증원이 아닌 재배치로 대응할 예정이다. 또 재배치 목표관리제를 통해 자치단체 별로 지방공무원 매년 정원의 1%씩 5년 동안 총 5%를 재배치해 지역발전을 위한 신규 증원 수요, 민생·안전 현장서비스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현재도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1%를 감축·재배치할 경우 공직사회 전체의 사기가 떨어질뿐 아니라 전문성이 부족한 업무를 맡는 경우가 생기면서 효율 역시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부가 결원이 생겨도 충원을 해주지 않아 공무원들의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과로사·자살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축·재배치를 실시할 경우 공무원들은 더 힘들어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다른 일을 하던 공무원을 새 부처에 보내는 것은 조직의 효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신규 수요가 필요한 부처에는 그 부처에 맞는 전문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 공무원 정원을 동결하고, 신규 채용을 줄인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공무원 시험 관련 학원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는 소문이 많이 돌았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수험생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이른바 장수생들은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시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인력 효율화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20~30대 청년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다. 또 소방·경찰· 보건 등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 공무원을 준비 중이라는 대학생 최모씨는 “국가의 경제규모와 복지규모 등이 커지면서 관련 공무원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증가하고 있는데 무작정 인원만 줄인다면 그 피해는 혜택을 받아야할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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