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빅스텝', 美는 '자이언트스텝'..한미 금리역전, 괜찮을까?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에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실시해도 한국의 기준금리(연 2.25%)가 미국(2.5%)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됐을 때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자금은 빠져나가는 대신 오히려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역전 자체보다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머니투데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모두 한은이 오는 1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6%를 기록하고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이 3.9%로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추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일대비 8.2원 오른 1312.1원으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문제는 한은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 정책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은 오는 26~27일(현지시간) 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조정한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더라도 미 정책금리가 0.25%포인트 높은 상황이 온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은 통상 금리가 낮은 자산에서 높은 자산으로 이동한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상 미 달러화는 한국 원화보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리스크가 낮은 자산이 수익률마저 높다면 자금을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가 더 크게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주가가 낮아지고, 채권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한국의 총 단기외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662억달러(약 218조원)였다. 전년대비 69억달러 증가했다. 해당 자금이 유출되는 경우 국내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무조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과 주식을 사고 파는 이유가 한미 금리차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기업의 실적, 국채는 향후 발행규모·기준금리 전망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한미 금리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채권이라도 특정 만기의 국채 가격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인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 채권시장 금리는 이미 올 연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2.75~3%로 올린다는 것을 반영하는 수준"이라며 "채권가격이 더 낮아지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차례의 금리역전 기간 동안 모두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입됐다. △1999년 6월~2001년 3월, 월평균 7억7000만달러 △2005년 8월~2007년 9월, 월평균 11억7000만달러 △2018년 3월~2020년 2월, 월평균 16억8000만달러 등이다. 단 금리차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주식시장, 금리차가 큰 경우에는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순유출되는 경향은 보였다.
최근 원/달러 스왑레이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외국인자금 순유입 요인이다. 스왑레이트가 마이너스일 때 무위험 재정거래를 통해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스왑레이트(3개월)는 지난 8일 기준 -0.76%를 기록했다. 스왑레이트는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를 현물환율로 나눈 값으로, 대개 연율로 표시된다.
오 연구원은 "정책금리, 한미 국채간 금리를 단순 비교하기보단 스왑레이트를 비교해야 한다"며 "마이너스이면 순유입 압력이 커진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역전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리역전으로 자금유출 포비아(공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신흥국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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