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론'과 대중 정책[이종섭의 베이징 리포트]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2. 7. 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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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7일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중국 외교부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례브리핑 내용에 당초 브리핑에서 나오지 않은 질의응답이 하나 추가됐다. 브리핑 이후 기자의 추가 질문이 있었다며 외교부가 공개한 답변 내용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공개된 질문 내용은 이렇다. “최 수석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탈중국론’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측은 어떤 논평이 있나?”

실제 이날 기자의 추가 질문이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외교부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질의응답 형식을 빌어 끼워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답변은 이랬다. “지난해 한·중간 교역은 전년 대비 26.9% 증가해 한·미, 한·일, 한·유럽간 교역의 합계를 초과했다. 한국의 대중 무역은 646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는 중·한 경제가 고도로 융합돼 있어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중·한 경제·무역 협력 발전의 근본 동력은 호혜·공영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중국 외교부가 굳이 이런 내용을 끼워넣은 것은 그만큼 최 수석의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가뜩이나 한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마뜩잖게 바라보던 터에 경제수석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간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니 말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최 수석의 발언은 꽤나 논란이 된 모양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 다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굳이 불필요한 수사로 중국을 자극하거나 탈중국화를 서두르기보다는 대안을 마련하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이징에서는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난 현 정부의 대중 정책과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두 달간 현 정부가 보여준 것은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 강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로의 대외 정책 기조 변화 뿐이다. 정부는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라는 표현을 쓰며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소홀히 하거나 특정 국가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상대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 전략만 있을 뿐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한·중 관계의 도전 요인이 많아지고 있지만 양국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대통령이 내정했다는 중국 특사단은 한 달 동안 방문 소식이 없고, 고위급 대면 접촉은 국방·외교장관이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차례 만난 것이 전부다. 민감한 시기에 지금은 주중 대사도 공석이다.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중국 전문가가 안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 인터뷰에 실린 전문가의 말을 한 줄 인용한다. “아직 문제가 크게 부상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중국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우려와 도전 요인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중국이 크게 우려할 부분에 대해서는 전략 채널이나 정부간 대화를 통해 도전 요인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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